칼럼-기회를 놓치지 말자
칼럼-기회를 놓치지 말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24 15: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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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기회를 놓치지 말자

인간은 잉태되어 어머니 배속에 열 달 동안 머물다 소변 길을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들이다. 어릴 때는 착하게 살았지만 성장해오면서 이것저것 탐욕을 부려오며, 어느새 늙고 병이 들면 죽음의 신들이 마중을 나오게 된다. 그러면 영혼의 세계로 떠나갈 수밖에 없다.

영혼들 중에는 힘이 강한 영혼도 있고, 힘이 약한 영혼도 있다. 동물도 덩치가 클수록 영혼의 힘이 강하여 사람 몸에 접신될 확률이 높고, 그 영혼이 끼치는 영향으로 순간적 사고를 당하여 죽기도 한다. 만약 전쟁터에서 총이나 폭탄을 맞고 죽는 순간이면 찢기고 터지고 부러지는 아픔은 참기 힘든 것이다. 산 사람은 육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있지만 죽는 자는 그 깊은 한과 이승에 대한 애착을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이승에 남겨진 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영혼은 발이 없어도 이동을 하고 눈이 없어도 보며, 귀가 없어도 듣고 입이 없어도 말을 한다. 제사 때나 산소에 가서 망자의 흉을 보지 말아야 한다. 흉을 보면 흉본 사람과 망자 간 감정싸움을 하게 된다. 산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 흉보는 것도 어리석고 “나쁜 짓”이다.

남을 비방하지 않으면 훗날 후회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타인을 향하여 할 수 있는 데까지 선을 행하여보자.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난 순간 무슨 일이 닥칠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이 시간과 이 자리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인줄 알아야 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몰랐는데, 떠나고 나면 아쉽다는 의미다. 한집에 산 가족들이 가장 많이 다투며 살다가 한사람이 훌쩍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울고불고 야단이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족은 물론, 지금 함께한 사람에게도 최선을 다하며 ‘있을 때 잘하자.’ 무지한 사람은 항상 늦게 후회하며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한다. 그보다 더 큰 어리석음이 없다.

살아계신 부모님은 물론 돌아가신 조상님께도 지극정성, 효를 다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좋은 일도 할 때가 있다.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생사윤회의 험로를 헤매는 나약한 존재면서도 동시에 생사윤회를 완전히 벗어나 해탈(解脫)할 수 있는 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처는 바로 내 안에 있다고 한 것이다. 옛날 ‘방거사’와 그의 딸 ‘영조’가 있었다. 방거사의 딸 ‘영조’는 아버지의 수행경지를 능가하였다. 방거사는 정오가 되면 입적하고자 마음먹고 딸 ‘영조’에게 “영조야! 모든 것이 꿈과 같고 물거품 같고 허깨비에 불과하다. 너는 네 인연대로 살아가도록 하라.” 하고는 “영조야, 밖에 나가 해 그늘을 보고, 정오가 되거든 내게 말해다오”하였다. 한참 후에 ‘영조’가 “아버지, 일식이에요. 한번 나와 보세요.” 하였다, 방거사가 밖으로 나가보니 일식이 아니었다. 방거사는 영조가 장난을 했다며 방으로 들어오니, 딸 ‘영조’가 평상에 올라가 앉아서 죽어 있었다. 방거사는 껄껄 웃으며 “거참. 내 딸 솜씨가 빠르구나!” 방거사는 딸의 장례를 치러주고 열반을 일주일 연기한 후에 입적하였다.

영조는 아버지의 열반을 알고 자신이 먼저 가버린 것이다. 이렇게 참다운 수행자는 죽는 것도 자유자재로 한다. 지혜는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이다. 청정한 마음에는 오염된 것을 꿰뚫어보는 힘이 있다. 크고 넓은 지혜, 밝고 민첩하고 예리하며 투철한 지혜를 갖추어보자.

끊임없는 윤회 바퀴 속에서 죽음과 태어남은 마치 저울의 양쪽 추와 같다. 죽음의 추가 내려가면 동시에 태어남의 추는 올라간다. 우리 모두 지혜를 증장시켜 어리석음에서 해방되자. 우리에게는 지금이 바로 지혜를 증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기회는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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