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너무 그러지 마시어요(2)
진주성-너무 그러지 마시어요(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26 16: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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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너무 그러지 마시어요(2)

다음은 지난번 남편이 하느님에게 부탁한 감동적이었던 시(詩)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인데,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라 할 수 있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 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고귀한 것은 돈도 명예도 재산도 아닌 듯하다. 넓은 땅도, 고급 승용차가 없어도 부럽지 않았고 오직 자연의 순박함에 묻혀 사랑으로 살아온 한평생이 후회 없고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별을 눈앞에 두고 하느님에게 무리한 부탁이 아닌, 소박한 부탁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지는 순간이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하느님께서도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 우리들 곁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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