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도민칼럼-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30 15: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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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일 년 전 대한민국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159명의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비슷한 시각에 사망했다.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도, 테러가 일어난 것도, 미국처럼 총기 난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골목에 사람들이 많아 압사를 당한 것이다. 보통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사망자명단이 뉴스 자막으로 나온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빨리 알고 수습하러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명단이 나오지 않았다. 함께 있다가 사라진 친구의 행방을 몰라 동분서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2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연락이 안 되는 아이들 때문에 날을 새며 걱정하거나 이태원으로 직접 가는 일이 벌어졌다. 왜 명단을 알려주지 않는 걸까? 세월호참사 때도 다 나온 명단을 왜 이태원참사에는 유가족 일부도 숨기려 했던 걸까?

그 저변에는 노는 문화를 천시하는 우리 의식(意識)이 깔려 있다고 본다. 늘 열심히 일하고 성실한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의 의식, 인간은 태어나서 먹이활동이 우선이어야 하고 자기 가족 부양만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의 의식, 잘 놀아야 잘 일할 수 있고, 잘 놀아야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많은 수의 우리 어른들은 한 달 애써 번 돈으로 풀빌라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거나 아끼고 아낀 돈으로 레저용품을 사면 철이 덜 든 아이들이라고 야단을 치거나 흉을 본다.

이태원은 그냥 젊은 친구들의 해방구 같은 곳이었고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고 색다른 이벤트를 즐기고 싶을 때 찾는 곳이었다. 특별히 어떤 의식을 가지고 할로윈행사를 하기보다 재밌으니까, 자기를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맘껏 보여도 되는 날이라고 여겨 젊은 친구들이 할로윈데이에 특히 더 이태원을 찾고는 했다. 그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가 이토록 노는 문화가 없구나, 개탄했다.

젊은 친구들이 모여 즐기는 파티문화가 너무 없었다. 학교 축제가 있지만 고등학교 축제는 입시에 밀려 사라진지 오래고 대학교 축제도 학교별로 유명가수나 초청해 즐기는 것뿐, 그나마 대학생이 아니면 낄 수도 없다. 우리 젊은이들이 스스로 놀이의 주체가 되어 함께 어울리는 놀이문화가 언뜻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여가시간에 PC방에 가 있을 수밖에 없고 아니면 클럽이나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노는 건 여럿이 너나 할 것 없이 어울려야 흥이 더 나는데 예전에는 지금보다 못 살아서 여력이 없어도 학교 운동회는 동네잔치였고 집집마다 경사가 있으면 풍물패를 불러 왁자지껄 놀았는데 그런 풍경은 이제 전설이 되어버렸나 보다.

우리가 지리산에 기대어 살면서 그 고마운 마음을 내어 놓자고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를 만들어 문화예술을 서로 공유하면서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놀이문화다. 세상에 어떤 위대한 가치나 의식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전달이 쉽다. 일정 수준 이상만이 관심을 가진다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것, 남녀노소 학력불문, 진영불문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문화예술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어울리도록 판을 까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 바라지 않고 십시일반의 나눔으로 운영하다보니 약간의 참여비가 들기는 하지만 그 또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거두려고 운영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교사 운영위가 1박 2일 수업하고, 공연하고, 일해도 작은 교통비만 받거나 그마저 받지 않고 봉사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15년 동안 정말 잘 배우고 잘 놀았다.

오는 토요일 11월 4일에는 하동군의 협조로 구재봉휴양림 전체를 대관하여 1박 2일 놀이판을 만들려고 한다. 내용은 지난 3월부터 배운 내용들을 전시하고 발표한다. 그리고 춤명상, 추억의 나이트클럽, 합창, 불야성노래방도 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서로들 잘 아는 사람끼리 어울려 노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우리 학교의 강점이 처음 만나도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오시라!

행복이란 돈이나 명예보다 관계라고 한다.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일, 그래서 즐거운 놀이문화로 어울렁더울렁 섞이는 일, 이제라도 제대로 놀아보는 일, 한시라도 젊을 때 해야 후회 없지 않을까! 잘 놀아야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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