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거물’론
아침을 열며-‘거물’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2 16:00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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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거물’론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이따금 ‘거물’이라는 말이 입 밖에 나오고 귓가에 떠돈다. 우리는 대체 누구를, 어떤 사람을 ‘거물’이라고 평하는 걸까.

역사적으로 보자면, 저 헤겔이 ‘역사철학’에서 말한 바 있는 이른바 ‘세계사적 개인’들이 거물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으니까. 이를테면 시저,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같은 이들이 해당자일까? 물론 그런 정치가/권력자/정복자만은 아닐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르누아르, 피카소,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괴테... 그런 문화인들도 해당할 것이고 뉴턴, 아인슈타인, 파스퇴르 등등 과학자도 해당할 것이고 또 누구도 누구도 해당할 것이다. 이렇게 손꼽아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엄~청나게 많다.

한국에 국한해 보더라도 세종과 이순신이 빠질 수 없을 것이고 현대에서는 이승만, 김일성/김정일, 박정희, 김종필, 김대중, 김영삼 등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광수나 홍난파나 이중섭 등등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거물’들이 무조건 다 ‘위인’은 아니다. 네로도 히틀러도 스탈린도 일단 거물에 해당한다. 역사에서 그 존재감/영향력을 과시한다는 것이 그 기준이라면 기준이다. 최고의 거물을 추려보라면 누가 뭐래도 공자/부처/소크라테스/예수다.(가나다순) 이들은 물론 위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우리나라는 어떨까. 역시 엄청나게 많은 거물들이 있다. 앞서 말한 정치인들 외에도 이병철/이건희, 정주영/정몽구, 구인회/구본무, 신격호, 최종현 등등이 다 해당할 것이고 김수환, 숭산 등등도, 그리고 어쩌면 박종홍, 이어령, 이미자, 나훈아, 신영균, 신성일, 문희, 윤정희, 남정임 등등도 다 해당할 것이다. 이런 나열이 무의미할 정도다. 어쨌거나 그들이 우리의 20세기를 이끌어왔다. 그 공적에 대해 우리는 일정 부분 존경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아무나 그런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노력한다고 간단히 될 수도 없다. 역시 ‘하늘이 낸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까?

지금도 그런 거물들이 없지 않다. 첫손가락에 꼽아야 할 것은 역시 기업인일 것이다. 삼성, 현대, 엘지, SK 등등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들... 거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아마도 그다음으로 손꼽아야 할 것이 연예계와 체육계를 이끄는 리더들일 것이다. 방시혁, 이수만 등등 BTS, 아이유 등등 손흥민, 김연아 등등 좀 과장하자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김은숙과 황동혁, 박찬욱 등등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모두 시대의 하늘에 별처럼 떠서 반짝인다. 거기서 확실한 그들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현상이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분야/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쪽에 그런 수준의 ‘거물’이 의외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총리, 장관, 의원, 지사, 시장... 같은 자리가 곧 거물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저 기업인이나 문화인들처럼 확실한 힘을 발휘해 그만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아직 엄밀한 의미에서의 ‘거물’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백성들의 눈은 항상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대망’이라는 말은 지금 저들의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것이다.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 나라를, 이 국민을, 이 시대를 휘몰아 마치 용의 뿔을 잡고 하늘을 치고 오르듯 이끌어줄 누군가를, 그런 ‘거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위한 하늘은 아직 드넓게 비어 있다. 다음 선거판을 잘 지켜보기로 하자. 새끼용이 한 마리 꿈틀거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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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 2023-11-11 05:26:25
노무현은 들어가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