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몽골기행(6)
도민칼럼-몽골기행(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2 16:0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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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몽골기행(6)

또다시 짐을 싸고 나온다. 울란바토르에 번화가며 중심가인 칭기즈칸 광장으로 나오는데 비는 여전히 쏟아진다. 혹은 우산을 쓰고 혹은 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회원도 있다. 몽골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느라 옷이 젖는데 어느 한 사람 불평 않고 일사불란하다. 아직 건립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칭기즈칸 박물관 5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관람도 끝냈다.

마지막 날 마지막 일정인 몽골전통공연이란다. 오후 6시 시작이라며 시간 전에 가야 좋은 자리를 잡는다며 재촉이다. 그러나 공연장 앞자리는 이미 다 채워져 있다. 우리는 중간 지점에 자리 잡았으니 그런대로 관람하기는 불편하지 않다. 순식간에 빈자리가 없어진다. 몽골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두 줄 현악기인 마두금 연주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어느새 공연 막바지에 이르는데 아리랑을 연주하지 않는가. 두 눈에 눈물이 핑 돌더니 방울져 흘러내린다. 아리랑 노랫가락을 국내서 들을 때는 이러지 않았었다. 일찍이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외국을 나가 봐야 애국심이 돈독해진다는 거다. 누구 한 사람 아리랑을 따라 부르지 않은 사람은 없는 성싶다. 공연장을 꽉 메운 수백 명의 관람객이 모두 한국인인가 싶을 정도다. 환호성이 대단하다. 어느새 우리가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해외여행을 즐길 만큼 성장했단 말인가. 한국민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이지 가슴 뿌듯하다.

나를 낳아준 고국인 대한민국에 홀로 남아 남편을 기다리는 사랑하는 아내는 날 버리고 떠날 일도 없다. 그런데 이국서 듣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는 아리랑 가락이 1호 차로 돌아왔는데도 왠지 자꾸만 뇌리를 맴돈다.

돼지 삼겹살을 싱싱한 상추와 배춧잎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한국 식당으로 간다는 유나씨 말에 귀가 확 트인다. 한국산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며 서울식당이란 간판이 걸린 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 집도 역시 한국 관광객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단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70이 넘어 보이는 아낙이 유달리 반갑게 맞이한다. 타향살이하면서 고향에서 보았던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고 않던가. 창원, 마산, 그리고 진주를 중심으로 한 경남 문인들이라 하니 더없이 반가운 모양이다. 지금의 행정구역으로 친다면 마산 합포구 진전면에서 나고 자랐단다. 결혼 후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했다는 거다. 몽골에 정착해 한국 식당을 열고 이젠 제법 성공해 자리를 잡았단다.

정말이지 몽골 관광을 하는 동안 날이면 날마다 끼니마다 질리게 먹었던 건 소, 양, 말고기였다. 우리 쌀과는 달리 밥알은 서로 어깨동무는 하기 싫다며 따로 노는 걸, 다독거려가며 질리도록 먹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집은 쌀과 삼겹살을 비롯한 모든 식자재를 한국서 수입한 것이라고 유나씨 귀띔이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돼지 삼겹살도 고기지 않은가. 이도 한두 끼지 매끼 고기류만 먹고 질려 버렸으니 나로선 마뜩잖았다. 그런데 상차림을 직접 대하고 앞에 앉으니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젓갈인 듯싶다. 상추와 배춧잎도 싱싱하기 그지없다. 삼겹살을 얹고 마늘을 곁들였다. 우리나라서 공수해 온 참이슬이란 친구가 목젖을 마사지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역만리 타국에서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을 양 볼 태기가 터질 듯하다. 상추와 배춧잎에 움켜 싸고, 우물거리며 씹는 맛을 어떻게 표현하랴. 거기다 몽골에서 맛보는 어머니 표 쌀밥에다 배추 김장김치로 끓인 찌개까지 있지 않은가.

4박 6일의 대 드라마가 서서히 막이 내려지고 있다. 나로선 영원히 잊지 못할 대장정 몽골여행이었다. 조그만 사건 사고도 없었다. 이는 정철상 대표와 ‘유나’라는 한국 이름을 자칭한 가이드와 1, 2호 차, 운전기사의 노고가 더해 빛을 발해서다. 그리고 이달균 회장을 비롯한 경남 문인협회 임원님들이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해서다. 또한, 54명 주인공인 경남 문학인들의 공도 컸다. 모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칭기즈칸 공항으로 향하면서도 어둠이 깃든 울란바토르 시내 야경에 시선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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