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겨울의 시작, 입동(立冬)
진주성-겨울의 시작, 입동(立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5 15: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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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겨울의 시작, 입동(立冬)

모레(11월 8일)가 24절기 중 19번째 절기인 입동(立冬)이다. 입동이 지나면 실로 겨울의 문턱에 바짝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입동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추위가 실려 오게 되면서 겨울의 초입이 코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겨울이 되었음을 알게 되는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낙엽이다. 입동이 지나면 거리마다 소슬한 바람결에 노란 은행잎과 붉은 낙엽이 흩어져 날리게 된다. 깊어가는 가을길이 주는 색감의 변화는 겨울을 재촉하게 되고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가을의 나무들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다가 겨울의 길목에 접어들게 되면 나무들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하나둘 낙엽을 떨어뜨린다.

초겨울은 낙엽 속에서 사색을 하면서 조용히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면서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갖추게 되는 시간이다. 옛 사람들은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봤다. 입동이면 김장을 하고 동물들은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겨울은 활동을 하지 않고 저장을 하는 계절이다.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 많은 걸 먹어서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을 하고, 겨울에는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해 에너지를 아끼게 된다. 초겨울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고뇌와 분노 질투 등 온갖 감정의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단풍이 들어 초겨울이 주는 색감의 변화는 여름철의 푸르름과 대비해 인생살이를 반추하게 만든다. 겨울은 인생에 비유하면 황혼기에 해당된다. 봄철에 돋아난 새싹처럼 아이가 자라서 여름철 청년기를 지나 가을철 중년기에 꽃을 피운 후 겨울철 황혼기에 서서히 저무는 것이 인생사이다.

매년 가을을 지나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가 되면 나는 올 한 해는 잘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고 살피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지나쳐서 오히려 해가 되었던 부분은 없었는지, 또 마음속의 찌꺼기가 있다면 털어내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우리네 조상들이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담갔듯이 겨울 동안 내가 숙성시킬 일은 무엇인지를 준비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겨울이 지나고 다시 새롭게 맞이할 봄을 적극적으로 기다리는 나만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에게 자신만의 겨울나기 방법을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겨울은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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