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대학교수 위에 선생이다
진주성-대학교수 위에 선생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8 16: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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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호석/진주 문화원 향토연구실장·향토사학자·시인
추호석/진주 문화원 향토연구실장·향토사학자·시인-대학교수 위에 선생이다

서울소재 대학 여교수가 TV방송국 인터뷰에서 아가씨라고 하면 기분 나빠하는 계층이 있으니 선생이라고 호칭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선생이 교수보다 낮추는 말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잘못된 말씀이다.

신학기 대학 강의실에서 신입생이 대학교수를 향해 선생님이라고 말했다가 교수가 “내가 왜 선생이냐 교수이지”라고 말했다는 말을 들었다.

아가씨라는 호칭은 대감집 아씨에서 파생된 말인데 젊은 여성을 높이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일을 부탁할 때 또 젊은 여성을 존칭할 때 사용했는데 널리 오래 사용하다 보니 낮추는 말로 변형되었다. 요즘 낮추는 말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김군, 박군이라 부르면 낮추는 말로 인식하게 되는데 사실은 왕의 아들에게 붙이는 엄청난 존칭으로 순화군, 봉림군 등으로 붙이는 존칭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상대방이 나를 낮추는 말로 인식하게 되었으니 개탄스런 일이다. 1960년~1970년대 엽서를 보면 첫 줄에 김군, 이군 단어를 사용했었는데 이 말도 길게 오래 사용하다 보니 낮추는 말로 변형된 것인가?

‘논어’에 보면 선생이 아버님이나 맏형을 뜻하고 ‘예기’에 보면 노인이나 스승을 뜻하는 말이다. 자기보다 도를 먼저 깨친 사람이나 덕 있는 사람,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해 있는 선비를 선생이라 존칭했다. ‘해동잡록’, ‘역옹패설’ 등에 보면 성균관, 예문관, 홍문관 등에서 글 읽는 선비들 간에 술좌석에 만났을 때 벼슬의 높고 낮음, 지체의 높고 낮음 관계없이 선생이라고 호칭하지만, 과거에 급제하지 않은 선비에게는 지체가 높더라도 대인(大人)이라고 불렀지 선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라고 전해온다.

이는 고려 시대, 조선시대에 걸쳐 선생의 위신이 대단했음을 알게 해 준다. 그러므로 함부로 선생이라고 이곳저곳에서 부른다면 잘못된 말이다. 대학 교수보다 선생이 크게 높이는 말이라고 여기고 이색 선생을 교수라고 호칭한다면 엄청난 실수가 됨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선생이란 말을 여기저기 사용하는 짓은 교수보다 선생이 크게 높이는 말이라는 인식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혼란스런 여러 호칭 문제에 대하여 연구기관이나 한글학회에서 새롭게 일괄적으로 결정해 준다면 좋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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