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과 지역연고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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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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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세/경남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농경사회, 산업사회 그리고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삶을 경험하고, 그동안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웃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과연 무엇이 우리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었고,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에 대하여 생각할 겨를이 없이 그저 훌쩍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얼마 전 아내하고 서울나들이를 갔다가 지하철 어느 종착역에서 전철을 타는데 서두르며 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텅 비어있던 그 전동차에 오직 우리 부부만 자리를 못 잡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를 처다 보니 아내 또한 계면쩍게 웃고 있는지라 마음속으로 그동안 지역에서 큰 스트레스 안 받고 참 편안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삶에 지쳐있어 한적한곳 시골 어디로 여행을 하며 마음의 치유를 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 듯 든다.

하늘을 찌를 듯이 점점 높이 솟아오르는 높고 높은 고층빌딩들과 아파트 숲,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욕조에 부어버리듯 지하철역 입구에서 물밀 듯이 역사 안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아스팔트길, 질주하는 자동차의 굉음과 먼지 어느 하나 무엇도  우리의 삶의 질에 도움을 주는 것이 없는 듯하다. 삶의 질이 꼭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길만이 높아지는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는 최근 정보통신을 주축으로 한 지식기반사회로 변모하는 등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그사이 1997년 경제위기로 국가경제가 파탄이 날 지경이었으나 국민들이 화합하고 노력하여 세계 13위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세계가 놀랄만하다. 그러고 보니 유태인보다 더 우수하다고하는 유전자를 지닌 우리국민 즉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이 아니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어려운 난관을 잘 헤쳐 나왔는데 요즈음은 세계경제가 휘청 걸이고 있으니 당분간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도시발전이 가속화되었으며, 대량의 인구가 도시 속으로 이동함에 따라 삶의 질에 큰 변화를 야기 시켰다. 

수도권에 전 국민의 절반 정도 몰려 살다보니 주택과 사업장의 수요는 급증했고 문제해결을 위해 고밀도의 고층빌딩, 고층아파트 숲이 형성되었다. 사람 간 경쟁은 심화되었으며 욕심이 점점 더하여 주택을 투기의 도구로 삼아 결국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를 낮게 했으니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우리의 삶의 질이 어떻게 좋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하여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없어 보이던 나라였다. 혹자는 말하기를 1950년대 초 우리나라 일 년 예산이 미국의 큰 대학교 일 년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참담한 세월이었다. 이제 겨우 각고 끝에 선진국에 진입하였는데 중국과 인도 등 대형국가들이 제조업을 위해 투자유치와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니 우리의 제품이 과연 얼마만한 가치를 계속 유지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기술력의 평준화와 과도한 제품의 생산은 가격경쟁력을 심화시키고 결국 제품의 가격도, 기술의 가치도 떨어진다.

더구나 탄소배출을 최소화해야하는 명제아래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니 원자재의 수입도, 과도한 에너지사용도 어려워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 자명한일이다. 또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세대, 지역, 특히 도시와 농촌사이에 경제적으로 격차가 많이 벌어져있어 상대적 빈곤이 심화된 상태이다. 아직도 지방정부의 경제자립도는 30%정도 수준을 맴돌고 있어 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중요한 이슈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역에서 사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걱정해야 될 때인 것 같다.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물자의 과잉생산으로 늘 전쟁의 위협은 계속되며 급격한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종래의 가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향후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이 될지 주위를 돌아볼 때 인 것 같다. 가치의 급격한 변화를 감안하여 볼 때 농경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그리고 다시 회귀하여 농경사회로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구태여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그저 편안한 집에서 먹거리 걱정안하고 남들과 큰 불화 없이 조용히 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남해안 청정바다에서 잡히는 각종 싱싱한 어물을 마음껏 먹고, 지리산에서 나는 나물 그리고 맑은 공기, 겨울에도 따듯한 기후 등 너무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음에 삶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한다. 그저 주변 환경에 감사하고 좋은 이웃에 감사할 따름이다. 삶의 질은 자기의 욕심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 주위환경 즉 지역에 있는 연고자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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