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오 매! 단풍 보니, 설렌다오!”(Oh, I’m excited, I’m excited!)
도민칼럼-“오 매! 단풍 보니, 설렌다오!”(Oh, I’m excited, I’m excited!)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12 15: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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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애/작가·통영 한려초등학교 교사
안정애/작가·통영 한려초등학교 교사-“오 매! 단풍 보니, 설렌다오!”(Oh, I’m excited, I’m excited!)

삶에서 설레는 일은 좋은 감정 중의 하나이고 세로토닌 호르몬 적정선 측면에서 중요하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전한 이야기이다. 조락의 계절 이즈음에는 누구나 달달 몽글몽글한 것을 갈구한다면서 설레는 추억을 펼친다. 문학 소년이었던 그는 길 건너 여고 앞을 지날 때 눈에 들어온 그 여인과의 러브스토리를 꺼낸다. 지금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갈까? 나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뱃살이 나와 그렇게 나이 들어 살아가는 것일까? 그 당시 그녀는 귀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항상 왼편 가까이 서서 걸었고 헤르만 헤세 작가의 책을 자주 같이 읽었고 그에 대한 답신은 시로서 응답을 해주었다. 충분히 배려하고 그녀에게 맞추어 주려고 애를 써온 일화였다.

한없이 잎사귀가 보도 위로 나뒹굴어 버림받은 모습을 보이나 저들은 또다시 흙과 섞어져 거름으로, 또다시 자연으로 돼 내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로 자연을 대한다. 위 나이 든 시인과 옛 애인과의 스토리 역시 자연과 우주와의 교감과도 같은 컬래버레이션이 되어 가리라 본다.

잠시 얀 마델의 ‘파이 이야기’ 소설이 떠오른다. 인생을 사노라면 적정거리가 필요하듯 모두가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배를 타고 전 가족이 이민 가다가 폭풍우에 파이만 남고 가족이 실종된다. 그러다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만나서 두렵고 무서운 호랑이와 생명을 담보로 적정선에서 먹이를 주되 파이 역시 안전을 지키면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생존을 위해 처절한 거리 유지이다.

재미있는 점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파이가 생존을 위해 야생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채식주의자이기에 고기를 먹는 것 자체에도 고민을 많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모든 동물을 날로 뜯어 먹는 매우 고약스러운 모습이 묘사된다. 두 번째 이야기만큼 잔인한 묘사도 종종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귓속의 세입자’라는 소설도 맥을 같이한다. 살아남기 위해 적정선에서 타협하고 또 맞춰주고 공유한다. 어디 먼 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일례는 비일비재하다. 교실에서 생활하는 공간에서 ‘9살 감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본인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왕초 노릇을 하는 친구를 선생님에게 이른다. “선생님! **가 내가 가진 물총을 가져갔고 자기 마음대로 쏘았어요!” 묵묵히 응시하여 본다. **이를 호되게 야단을 치라는 눈빛이다. “개인 면담을 할 것이니 우선 앞에 나와보겠니?” 죄를 지었으니 **이는 앞으로 나온다. 칠판 쪽에 잠시 나오라 한다. 생각하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바로 그렇게 일러바친 $$는 갑자기 변심한다. “선생님, 너무 야단치지 말아요.” 이제는 마음이 변했음을 전한다. ‘맞어! 쉬는 시간에 같이 놀 수 없으니 생존전략 차원’에서 다시 취소하고 회수한다.

어린아이들 집단에서조차도 그러한데 성인들의 모든 관계의 원리는 그러한 것에 반응한다. 자신에게 유불리 차원에서 반성적 사고를 통해 심리적 작용이 이뤄진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보고자 하는 것으로 믿는 게 아니고 믿고자 하는 대로 보여지는 것 같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묵인하고 한마디 일침 후 넘어가게 한다.

VUCA(다양성, 복잡성, 불확실성, 모호성) 시대에 고물가 고금리 등 심리적 고충 시대이다. 그러하다 보니 누구나 마음이 허하다. 당연히 옛 애인도 그립고 내가 가지지 않은 것에 부러움도 느낀다. 무엇보다 상대적 빈곤이라는 박탈감으로 인한 그 후유증, 난지도에 매몰된다. 그런 결과 누구나 불안하고 외롭고 두렵다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여러 가지 국제 정세도 불안이다. 나날이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의 생은 피폐해지고 이런 사회적 악재를 잘 풀어가려고 여러 가지 정책이 보인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붙이기보다 슈 링크플레이션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기업들이라는 점을 언론을 통해 접한다. 착시적 현상을 자아내게 하려는 정책에서 보면 사회 과학적 심리로 풀어가려는 의도이다. 여기서 슈 링크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가격을 그대로 두되 용량과 질감에 약간 터치한다. 그리하여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심리 차원에서 위태롭지 않게 안정감을 주기 위함이다.

곱고 아름답게 물 들은 가을 잎들이 보도 위에 마치 자줏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가을 편 <꿈 새김판에는 문안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김서현 씨의 글귀인 ‘설레었나 봐, 네가 오니 붉게 물들어’> 살아가면서 설레는 것은 흥분의 도가니이다. 잠시 김영랑 시인의 글귀도...“오 매 단풍 들것네!...”

* 작가 이력: (2005. 시조 문학 등단.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집필 중임)
* 발간한 도서: 2011 시사집 꽃등, 2019 소설집 그 큰사랑, 2020 소설집 The Level,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730일간의 사랑(한글판, 영문판), COVID19 교육혁명의 꽃은 기본(교육 가이드북),전자책 사랑의 마가레트, 전자책 순무와 긴무 사이, 전자책 쓰담쓰담,루더베키아, 행복 꽃! 책과의 만남 길: http://contentsmall.kr/main/index.html ,진주문고 평거지점 3층
* 현재 활동은 한국(경남)문협, 진주문협 회원임
* 성장과 배움을 공유하며 다음 세대들과 소통하는 교사로 세상의 나눔과 공감을 가치로 여겨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랑을 전하는 꽃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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