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장영주의 ‘순신,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를 읽고
아침을 열며-장영주의 ‘순신,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를 읽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3 15:4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장영주의 ‘순신,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를 읽고

원암 장영주의 신간인 ‘순신,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를 읽고 나서 같은 국학인으로서 진한 감동과 함께 가슴에서 일어나는 울림을 몇 가지 적고자 한다. 저자의 호는 원암이다. 모든 것의 근본이며 시작을 알리는 원자에 바위 암이다.

우리 민족의 시원 신화의 성격을 띤 부도지에 의하면 태초 짐세 이전에 지유를 마시며 혈성이 맑았던 사람 중 지소 씨가 일으킨 오미의 변으로 인해 황궁 씨는 장자로서 마고에게 복본을 맹세하고, 즉 근본의 마음, 본성을 회복하고자 무리를 이끌고 몹시 추운 곳인 북쪽 천산주로 향하고 마침내 긴 울음을 토하는 바위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인간이 광명의 신성을 멀리하고 탐욕과 이기심에 얼룩지면 반드시 타락함을 경계하면서 어느 고명하신 분이 내려주신 호가 바로 원암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로부터 다름 아닌 황궁씨의 심정이 반추되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복본을 맹세하던 황궁 씨의 심정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다. 저자 원암은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100대 화가이며 파도 그림을 즐겨 그리는데 가만히 그림 앞에서 명상을 하다 보면 실로 웅혼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들어옴을 가릴 수가 없다.

화가 출신이라 천안 국학원 이곳저곳에는 민족정신을 나타내는 저자의 수작들이 걸려있고 특히 동양 최대크기인 높이 33m의 국조 단군입상 태극무늬 혁대를 새겨넣고 웅비하는 삼족오에 점안하여 우리의 정기를 더욱 높였다. 지난 2000년 우리의 역사는 굽이굽이 고난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위기 때마다 일신을 불사르며 구국의 최선봉에 나선 분들이 오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불과 400여 년 전 7년에 걸쳐 조선 백성의 반이 도륙당하던 참혹한 임진 난 때 오셨고 그분을 조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진 않으나 현실적으로 본받고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고뇌와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 일본은 지금도 이순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순신에 대한 연구모임이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많다. 우리도 이러한 연구모임은 교계, 정계, 군사 등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어야 하고 저자의 책등을 바탕으로 담론을 주고받는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장군의 정신이 시들지 않는다.

총 303쪽에 달하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산뜻하다. 다른 책들은 나열식으로 승전사항과 시기별로 이어지는 전황기록에 치우쳤지만 그러한 단순함을 벗고 저자는 국학인의 관점으로 장군의 지도력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점은 무엇이며 나아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며 우리 민족과 인류공생의 길은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책 중간중간에는 한참을 감상하며 쉬어가도 좋은 그림을 그려놓고 틈틈이 여백을 주어가며 갑갑함을 달래주기도 하며 왜군에 대한 장군의 승리가 마치 독자의 승리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확연하게 강조하는 점은 장군의 창조성이다. 거북선은 그 당시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유일무이한 전투선이었다. 겁을 먹은 왜군은 눈이 없는 맹선이라고 비하하였지만, 거북선만 보아도 오줌을 지리는 왜군이 있었다고 하니 우리의 전함 조선 기술사에 있어서 이만한 대작이 있을 수가 없었다. 창조는 삶이고 희망이며 활기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집단적 무기력증이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듣기 싫은 뉴스는 매일 나온다.

장군의 활약 시기는 그야말로 민족적 위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의 백성으로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이들의 눈을 저 버릴 수 없다고 하시며 군사들의 사기를 일으켰다. 지금 희망을 점점 잃어가는 우리에게 장군의 도전적 창조성이 절실하다. 이 책은 그러한 눈을 뜨게 하고 가슴속의 심장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원암은 이 책을 지으면서 온전히 장군의 심정이 되고자 했고 이를 표현하여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의 건강과 행복 평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 이상 충무공을 연구하였다. 전남 진도와 경남 남해를 자주 다녔고 장군을 기렸으며 특히 명량의 진도대교 아래에서는 진혼제를 올렸으며 추운 겨울 노량해전 발발시기에 맞추어 남해대교 위에서 조선 수군을 위하여 국화를 헌화하여 깊은 묵념을 올렸다. 당시 수십 명의 국학인들이 손에 국화를 들고 대교 중간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게 신고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나온다.

깊은 명상 속에서 나타나신 장군과 수군들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라의 운명을 우리에게 맡긴다고 하셨다. 늘 나라 위한 마음, 즉 국혼이 살아있는 자로 살라는 당부 말씀으로 이해를 하였다. 12월에 김한민 감독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이스라엘에는 랍비라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지도자 즉 스승 그룹이 있다. 이들이 바로 이스라엘을 지키는 나라의 스승, 즉 국사들이다.

저자 원암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30여 년간 국사의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에너지가 여전하다. 국가 교육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초청 강연도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