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품이 곧 재산이다
칼럼-인품이 곧 재산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8 17:2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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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인품이 곧 재산이다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있다. 생각은 말과 뜻을 나타내기 때문에 생각이 부정적이면 몸에 병이 나타나고 생각이 긍정적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이미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을 가야겠지만, 아직 건강한 사람은 생각을 건강하게 하여 병이 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마음 수행을 하면 몸과 마음에 병이 들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지혜가 가득 차 있지만, 그 능력을 다 쓰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없으면 이 몸은 나와 상관없는 몸이 된다. 나에게도 정답고, 남들과 내외부와도 정다우면 평안하고 자유로워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인품이 곧 재산이며, 남을 위한 봉사가 수행이고 복을 저축하는 것이 된다.

마음이 안정되면 모든 걸 성취할 수 있다. 남의 잘못을 덮어주는 심성을 갖고,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바로 알도록 하자. 세종 때 이조판서와 우의정을 지낸 맹사성은 평소 서민적 삶을 즐겼다. 맹사성이 어느 날 길을 가다 날이 저물어 주막에서 과거 보러 가는 선비와 한방에서 묵게 되었다. 선비는 의복이 남루한 맹사성을 시골의 무식한 늙은이로 착각하고 놀려대며, 말끝에 공·당을 붙이자며 장난을 걸어왔다.

선비가 먼저 “촌로(村老)께서는 어디까지 가는 공?”하자 “한양까지 갑니당”하니까 “무슨 일로 가는 공” “아들집에 갑니당” 이런 말장난 속에 날이 밝았다. 맹사성은 과거시험 총책임자였다. 이튿날 합격자 명단에 그 선비 이름이 들어있었다. 맹사성이 선비에게 “그대는 나를 알겠는 공”하자 선비는 맹사성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죽을죄를 지었습니당”하더라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돋보이려다 이렇게 추한 엉덩이만 내보이게 된다. 조용히 겸손하게 살아가자. 남들의 무례한 행위를 볼 때도 짜증 내지 말고, 오히려 나의 행실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자. 남을 대하는 언행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가 있다. 인격이란 사람에게 필요한 정신적, 도덕적, 자격이며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가섭이 “세존이시여! 어둠 속에 나무는 있어도 그림자는 없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 “가섭이여! ‘나무는 있어도 그림자는 없다’ 말하지 말라. 단지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뿐이다. 중생도 여래의 성품이 항상 있어도 보지 못한 것이니 마치 어둠 속에서 나무 그림자를 보지 못함과 같으니라”하셨다.

항상 공손하고 겸손하게 살아가자. 사람의 인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그 선비처럼 겉만 보고 제 잘난 채 우쭐거리지 말자. 옛날 어느 임금님이 “내일 아침 조회에 6명의 공들이 모여 어떤 문제를 논의하자”했다. 이튿날 아침 조회 때 초대받지 않은 누군가가 참석, 7명의 공들이 모였다. 임금님은 “이 자리에 참석해서는 안 될 사람이 한사람 있으니 당장 나가라!” 명하였다. 그러자 좌중의 가장 명망 높고 꼭 참석해야 할 사람이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회의가 끝난 후 그 사람에게 회의장을 빠져나간 까닭을 묻자 “전달 과정의 착오로 불참자란 걸 모른 채 참석한 사람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하였다.

예절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체면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이 맹사성을 얕본 선비와 아주 대조적이다. 먹고 살 만해도 사치 생활, 허황된 삶은 살지 말자. 잘난 체한 사람일수록 죽음이 임박하면 쓸모없는 육신을 버리기 아까워 버둥거리며 울부짖는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내면의 성품을 고쳐야만 만사가 순조롭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 우연한 성공은 없다. 아픔을 견뎌내면, 편안이 온다. 병원에서 수술의 아픔을 견뎌야만 완치라는 평화가 온다. 감언이설 보다는 혀를 깊숙이 간직하고 살아가자. 언행이 가벼우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부족분부터 먼저 찾아 채워나가면 환희의 나날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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