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겨울비
진주성-겨울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2 17:1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겨울비

이번 주 내내 전국으로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더니 이틀째 비가 내린다. 겨울 가뭄에 때맞춰 온 단비란다.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져 매섭게 얼어붙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농작물을 다 걷어 들였는데 겨울비가 뭔 단비일까 싶은데 그게 아니란다. 나무도 잎이 다 떨어졌고 풀도 말라버려서 겨우내 그대로 견딜 건데 왜 비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초목의 뿌리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서릿발이 서도 얼어 죽지 않고 겨울나기를 잘할 수 있단다.

끝났든지 멈췄든지 한 것 같은데 초목의 겨우살이가 성장이 멈췄지 활동이 멈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뭐 숨죽이고 그대로 있다가 봄이 오면 움이 트면 되는 거지 뭘 엄동설한에 오돌오돌 떨면서 활동하지? 했더니 그게 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란다.

겨울 한 철은 만물의 성장 동력원인 태양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내공의 힘으로만 봄을 맞을 준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니 신비롭다. 혹한의 악조건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봄을 거머쥐려는 저 다부진 기백이 경이롭다. 죽은 듯이 있다가 일순간에 꽃을 피우고 새잎을 내는 저들의 삶이 놀랍다. 지금 오는 겨울비가 그치면 드르륵 강추위가 몰아붙일지 모른다.

사랑의 열매가 앞가슴에 붙고 김장 나누기 소식이 들리고 온정의 손길이 어떻다느니 하는데 왜 스쳐 가는 바람 소리로 들리는 걸까? 저출산이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았다. 그런데 교육부가 초등학교 통폐합에 칼을 빼 들었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초등학교 학생수가 1년 사이에 수만 명 가까이 줄었단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40만1752명이었는데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란다.

젊은 세대의 밀집 지역인 서울이 이렇다면 지방은 어떻게 되나. 지역소멸이라는 신조어에 익숙해졌다.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 1/4 이상이 결혼하지 않겠단다.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가 과반이고 그 과반은 준비조차 포기했다는데 이대로 둬서는 안 될 일이다. 준비만 되면 하겠다는 뜻으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할 수 없다는데 저출산의 대책이 뭔들 소용이 있나. 은둔형 외톨이들은 또 어쩔건가?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소멸될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란다. 내로라하는 세계인류학 학자의 견해다. 귀 밖으로 들을 소리인가? 겨울비가 나목의 봄을 꿈꾸게 한다. 젊은이들이 목말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