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루살이(1)
기고-하루살이(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2 17: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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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하루살이(1)

하루를 살아도 폼 나게 살자. 하루살이는 떼를 지어 춤을 추며 놀아난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피해가며 하루살이를 손으로 쫓아내지만 흥에 겨운 그들은 또 다른 곳으로 날아가 춤사위를 벌인다. 놀이에 빠지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비나 파리나 모기나 모두 다 미친 듯이 날뛰며 가문을 생각지도 않고 노는 데 열중한다. 하루살이도 어느 때는 힘들고 어느 때는 행복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주 익숙한 곳은 앉기만 해도 편안하고 좋아 세상에서 제일 여유로운 공간이다. 눈만 뜨면 제일 먼저 들리는 곳. 간밤에 먹은 것들 영양가 있는 것들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남은 찌꺼기들이 이제 떠날 시간 보내는 것도 편안하고 맘이 개운하다. 항상 앉아 보는 일은 똑같은데 맘은 온갖 잡동사니 생각으로 어지럽다. 하얀 타일 벽에 검은색의 무엇이 점처럼 붙어 있었다. 그냥 까만 점인가! 밤새 타일에 누군가 점을 찍어 두었나! 아들이 샤워하다가 비눗물이 튀어 올라 말라서 점이 되었나! 거품은 하얀색인데 그것을 쳐다보는 맘이 편치 않았다. 슬슬 볼일을 끝내고 살살 발자국을 떼고 오른손을 펴고 무엇인가 잡을 준비. 순간 딱! 하고 때렸다. 아니! 하루살이 아이구 배야 배가 아프다. 이거 참 별것들이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네. 아무것도 아닌데 왜 신경을 쓰면서 때려잡았는지, 내 맘속에 뭔가 울화통이 들어있었나 보다.

큰 일을 처리하고 맘 편히 나왔다. 식탁 위에 날아다니는 것이 뭔가하고 눈을 부릅뜨고 보니 또 그놈의 자식인가 부모인가 하는 것이 한 마리 눈앞에서 얼쩡거렸다. 붙은 놈은 잡기가 쉽지만, 날아다니는 것은 어려웠다. 죽기 살기로 뛰어다니며 잡으려다 보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때 전화기 드르르르 진동소리 ‘안전 안내 문자’ 강서구에서 실종된 김모씨를 찾는다는 문자가 떴다. 집에서 날던 한 마리 하루살이를 찾는다는 광고로 눈이 번쩍 띄었다. 웃음이 나왔다. 식탁 앞에 있는 바나나가 단맛을 풍겼다. 아마도 하루살이가 단맛 때문에 날아왔나 보다. 하루를 시작하는 일도 똑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날마다 틀리는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오랜만에 육천 보 걷기를 계획하고 사 일째 되는 날이다. 우체국에 들어가 자동기계에 통장을 넣고 통장에 자동이체 전기세 내고, 국민은행 가서 현금 찾은 다음 산책할 생각으로 양산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비가 두 방울 세 방울 내리더니 굵은 빗줄기가 내렸다. 우체국 일을 보고 나왔다. 직원들은 힘 드는데 여기까지 오지 말고 빠른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해도 거절을 했다. 밖에 나올 핑계를 만들어 사람 구경도 하고, 걷기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정형외과 병원, 약국, 동물병원, 분수대를 지나 신호등을 건너 국민은행에서 현금을 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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