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루살이 (2)
기고-하루살이 (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3 17:33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하루살이(2)

비가 오기는 계속 오네. 내가 목표를 하고 걷는 길은 신정 네거리에서 고척동 방향으로 가는 코스다. 그곳에는 얕은 산길과 아파트가 있어 나무들이 많아 시원하고 공기도 좋다. 길도 편편하였다. 그곳을 가다 말고 나는 돌아서서 다시 집 주변 장수공원을 걷기로 했다. 점심때가 지나서 배는 약간 고프지만 다이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콩나물 밥집, 치킨 가게, 떡집, 이마트, 순대국밥 집, 순대 집 온갖 먹거리 광고 간판들이 배를 더 고프게 만들었다. 종로 떡집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노란 콩고물이 묻은 쑥떡이 없어 돌아서서 다시 걸었다.

동네를 돌다 보니 새삼 예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이나 아파트단지 꽃길이며 담장들, 그들의 몸을 빌어서 붙어사는 담쟁이 가족들을 보며 걸어서 가는 길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초등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가는 환한 길을 같이 걷는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은 우리 초등학교의 친구들이다.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지나가는 남자와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서로 어디서 본 듯한 학부형인가! 아니면 교장 선생님인가 하는 그런 알쏭달쏭한 눈치들이었다.

하루를 살아도 기분 좋게 살다 가는 하루살이처럼 생긴대로 팔자대로 사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칠천 보를 걸었다. 전화기에 오늘 걸은 기록을 확인해보니 목표 달성이었다. 하지만 또 욕심이 생겨 더 걷기로 하였다. 지난번 공원에서 벌레에게 물린 곳이 덜 나아 알레르기 약을 사기 위해 약국으로 들어갔다. 약 이름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이름만 틀리고 똑같은 성분의 약은 백 개 회사가 넘는다고 하며, 똑같은 이름은 없다고 해서 나왔다. 다시 몇 발자국을 지나 다른 약국에 들어가서 말을 했다. 똑같은 성분은 있다며 다시 한번 이름을 보여 달라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그 약을 먹어도 괜찮다는 결론을 듣고 2000원을 주고 샀다. 마음에는 좀 걸리지만 약사의 설명대로 한다면 부작용은 없을 거라 믿었다.

비는 약간 내리지만 운동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동네 입구에 있는 운동기구에 몸을 움직이며 열심히 다리운동을 하였다. 왼손에는 양산을 들고, 오른손에는 가방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기계에 발을 올려놓고 움직였다. 100개를 세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