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루살이(3)
기고-하루살이(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4 17:3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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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하루살이(3)


비가 오는데 하는 운동도 재미가 있고, 공기가 좋아 몸이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 지나가는 할머니는 힘들게 유모차를 손으로 밀고 가는 모습이 애처롭고, 어떤 부부는 같이 가다가 남편이 의자에 앉았다 가자고 말해도 노랑머리의 부인은 못들은 척 빠르게 앞서갔다.

숨쉬기가 가팔라 남편은 걸음을 멈추고 후하고, 허리에 양손을 힘주고 벤치에 앉았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라도 서로 맞지 않은 맘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저 부인도 남편이 뭘 잘못해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남의 일에 신경 쓰는 내가 웃겼다. 운동기구도 세 가지를 하고 나니 배는 더 고팠다.

집 앞에 오니 안면 있는 분들이 있었다. 한 분은 휠체어를 타야 하고, 한 분은 그분과 잘 지내며 수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몇 년을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라 집 들어 가기전에 인사를 했다. 그 앞에 안 보던 리어카 모양의 새물건이 있어 물어보았다. 폐품을 수집을 할 때 쓰는 것인데, 손으로 들고 다니면 힘드니까 리어카에 싣고 다니라고 적십자 마크를 단 젊은이들이 전해주고 갔다는 말을 하였다. 휠체어를 탄 아저씨가 걸음을 걸을 때도 힘드는데 “저 물건을 갖다 주면 어떻게 쓰라는 거요” 했다.

먹은 것이 부실하면 결국은 눈을 감고 죽는다. 옆집 용만씨도 치아가 없어 못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산다. 입맛을 느끼며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님들도 먹지 못하고 곡기를 끊으니 돌아가셨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알았다. 90대 노인도 고기도 뜯어먹고,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맛있게 먹는 것이 제일이다 하는 말을 하였다.

집안에 들어와 마침 순이와 통화를 하다가 뚝 끊어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이가 보낸 카톡을 읽어 보았다. 혼자 살고 있는 엄마집에 온수보일러 고장 신고를 했다는 연락을 받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다녀와서 상황을 또 전화로 알려 주었다. 순이가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안방 조절기 고장으로 월요일 부품 가져온다고 했다. 오랜만에 달려온 딸에게 저녁을 먹여 보낸다며 팔순의 엄마는 요리를 하였다. 요리를 하지 말라고 해도 꼭 손수 만들어 먹인다며 파를 썰다가 왼쪽 엄지손가락을 많이 베어 걱정이 된다며 요리하지 말라고 해도 고집을 부려 알아서 한다고 했다. 딸이 엄마 성격을 아니까 그냥 보고만 있었다. 약을 바르고 골무를 끼워야 하지 않을까 해도 알아서 한다고, 반창고도 싫다, 골무도 싫다 해서 약국을 다녀와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약국에 가서 후시딘, 손가락 골무, 소화제를 사가지고 가서 약을 바르고 조치를 하고 아파도 참고 만들어 준 만두국을 먹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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