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4)
하루살이(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7 17: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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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하루살이(4)

통화를 하다 끊어서 미안했다는 말을 하였다. 순이 엄마도 성격이 강하고 고집이 좀 있긴 해도 딸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순이는 하루가 이렇게 해서 지나가는데, 너도 밥 챙겨 먹고 또 연락하자 뚜~우 혼자 생각해 보니 하루살이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일상이다. 순이 엄마는 하루를 아프게 보냈다. 누구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저녁을 먹어야 할까! 굶어야 할까! 밥순이가 밥을 굶으며 합천신문에 나올 일이다며 놀리는 동네 친구들 목소리가 하루살이처럼 떼거지로 몰려올 것 같았다. 도무지 먹고 싶다는 의욕이 일어나지 않아 놀랐다. 아무 일도 없는데 왜 그럴까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큰 아들이 퇴근을 하고 집에 왔다. 성격이 급해서 저녁을 차려 주어야 했다. 글을 쓰다가 나가서 “혁아 저녁은 돼지 넣은 김치찌개, 아니면 돼지양념 불고기 중 뭘 해줄까?” 물어보았다. 돼지불고기를 굽는데 오늘따라 양념이 튀었다. 열심히 타지 않게 굽고 있는데 하필이면 일일 연속극 하는 시간이다. ‘하늘의 인연’을 보면서 왔다 갔다 했다.

주인공이 죄를 뒤집어쓰고 죄수들과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유치원 다니는 딸과 잠깐 상봉을 하는 장면. 둘이 안고 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고기가 타는 줄도 모르고, 노릇하게 잘 구워서 다행이었다.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아들이 볼까 얼른 맑게 웃으며 “혁아 밥 먹어”했다. 나는 뭘 먹지. 고민이네. 하루가 끝나고 먹는 저녁을 단단히 먹어야 배가 불러 잠도 푹 잘 것 같았다. 억지로 먹는 밥은 맛이 있을까 혼자 생각하며 김치찌개, 깻잎, 가지나물, 김, 절인 오이지 반찬을 식탁에 널어놓고 쌀밥을 한 공기 펐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데 딱 한 숟갈을 드러내니 밥이 작아 보였다. 처음 한 숟가락을 김에 말아서 먹었다. 생각보다 고소하고 입맛이 당겼다. 운동을하고 밥을 먹어서 그런지 하루의 피로가 풀렸다. 텔레비전 오후 9시 뉴스에서 전하는 오늘 하루 사건, 사고, 보도를 보니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하루살이가 지나고 나니 살아가는 평생동안 기쁘고, 행복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아쉽고, 힘들고 하는 삶은 하루를 잘 견디며 살아가는 일이다. 하루살이의 글을 끝맺는다. 바나나 껍질 주변을 돌고 돌아 하루살이도 웃으며 오래 살게 그냥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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