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주/전 국방정신전력원 전문연구원
조우주/전 국방정신전력원 전문연구원-흥남철수작전 희망의 크리스마스 항해(2)12월 8일, 맥아더 장군은 흥남 철수 명령을 하달했다. 국군과 미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유를 찾아 나선 피난민 10만여 명이 순식간에 흥남 부두로 몰려들었다. 새카맣게 몰려드는 피난민에 항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군 병력과 장비, 물자를 철수하기에 수송선은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피난민을 외면할 수 없었던 국군 1군단장 김백일 장군을 포함한 지휘관들과 미 10군단 민사부 고문 현봉학 박사는 미 10군단장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에게 피난민들을 배에 태워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그 결과, 군인과 민간인이 보여준 강한 의지에 미군은 피난민과 함께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철수작전에는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도 투입됐다. 당시 빅토리호는 정원 60명 중 승조원을 제외하고 탑승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 1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레너드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눈에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태워라’라고 지시했다.
선장의 명령에 따라, 빅토리호에서 군수물자를 버리고 피난민을 태우는 데에만 약 10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마침내 12월 23일, 빅토리호는 승선 가능 인원 2000명을 초과한 무려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이 탑승해 출항했다.
출항한 지 이틀 후인 12월 25일, 빅토리호는 거제도 장승포항에 닻을 내렸다.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목숨을 건 피난민들의 항해였다. 항해간 희생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오히려 5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이렇듯 흥남철수작전에서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빅토리호는 기네스북에 등재돼 세계 역사에 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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