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소감-황주현
2024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소감-황주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01 15:32
  • 1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선입니다”라는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그다음 말을 놓쳤다. 그 짧은 찰나는 시의 연과 연 사이만큼 가늠하기 어려운 여백이었고 행간에 던져진 쉼표의 행렬 같은,


살면서 이렇게 준비 안 되는 일도 생기다니. 살면서 또 이렇게 기습적으로 벅찰 수도 있다니. 끈질기게 시(詩)를 놓지 않은 시간에 대한 시(詩)의 의리 있는 화끈한 화답이었다. 신춘이 지구의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인가. 뜨겁다 못해 얼어붙은 몇 날 며칠 내 몸에 더운 꽃들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했다. 봄의 화살이 너무 일찍 당도했다.

화살표는 지나온 시의 계절 쪽으로 좌회전, 우회전, 돌아가시오로 끊임없이 방향을 틀고 있었다. 나의 심상은 오래도록 한곳에 정차하지 못했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나를 끌고 다니고 가끔은 몰아붙이고 또 가끔은 던져두고 사라지곤 했다. 행방이 묘연한 시의 궁핍이 어딜 가서 진득하게 노숙할 수 있었겠나. 치열하게 먹고 사는 일로 나의 화살표는 시의 마을엔 자주 연착이었지만 어김없이 안개 걷힌 맑은 새벽에 당도하여서는 또 환한 출발이 되곤 하였다.

‘신춘문예’라는 네 글자는 고유명사도 아니고 형용사도 아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려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싱싱한 동사다. 포장 안 된 자갈밭과 함부로 꽃 피지 않는 모래밭을 맨발로 뛰어가고 있다.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쓰면’ 아직은 쓸만한 무소의 심장이다, 그 심장을 심심치 않게 놀릴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신춘을 활짝 열어 주신 경남도민신문과 ‘화살표의 속도’에 따뜻한 손을 잡아 주신 심사위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삼시세끼 꼬박 밥을 갖다 바치는 ‘내 안의 해’인 순흥 안씨 미경!, 최고로 미안하고 고맙다. 윤서, 정후는 나의 예측의 별이다. 꽉 찬 배추 속구배이 같은 시퍼런 지원군인 나의 칠 남매 형과 누나들, 이 모든 나의 가족이 진정 내겐 영원한 ‘신춘’임을 자랑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