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그들 때문이다(2)
도민칼럼-그들 때문이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04 13:1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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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그들 때문이다(2)

우리가 임진왜란을 겪은 지 300여 년이 지난 시점에 그들은 또다시 침략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때 극도로 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을사늑약을 맺는 수치를 당해야 했고 경술국치를 당했다.

나약했던 조정과는 달리 곳곳에서 의병 활동으로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며 투쟁했다. 결국, 임진왜란에 이어 1910년에는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36년 동안이나 식민지 생활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했으며 김구 선생이나 이승만을 비롯한 많은 애국 투사가 해외를 떠돌아야 했다. 만주로 중국, 러시아로 하와이, 등 해외를 돌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죽어간 국민의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다.

오랜 옛날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그들은 철저하게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펼쳤다. 대대로 이어져 온 미풍양속을 짓밟았다. 우리말도 쓰지 못하게 했으며 일본식 성과 이름을 사용케 했다. 그런가 하면 저네들이 일으킨 전쟁에 학도병으로 끌려가고 징병 징용으로 위안부로 끌려가 죽었으며 나라를 되돌려 달라고 외치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자원들을 수탈해가고 심지어 먹고살아야 하는 쌀까지도 빼앗아 갔다. 가난한 백성은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했다. 보릿고개란 말이 일제 강점기 때 생겨난 말이 아니던가.

일찍이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왔던 전래동화나 민화를 보면 우리 민족은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동물이었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 제일 무서워했던 것은 호랑이보다는 이비순사(耳鼻巡査) 온다는 말이었다. 악명높기로 알려진 일본 경찰이 귀와 코를 베러 오니 우는 아기에게 울음을 그치라는 말이 이비였다. 20세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 같은 말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그들에게 수난당하고 살았던 과거를 세월이 가고 흐른들 잊을 순 없다. 아직도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욕보셨던 할머니들이 살아계시고 징용으로 징병으로 끌려가셨던 분들이 살아계신다. 우리의 아버지·어머니들이 그때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데, 어찌 기억에서 지울 수가 있겠는가. 탄광에서 채찍질 당하며 석탄 가루를 마셔 진폐증이나 각종 후유증을 평생 앓다가 세상 떠난 사람도 많다. 또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분들이 그때 받았던 상처가 한이 돼버린 악몽은 네발로 기는 동물이 아니라면 잊을 순 없는 일이다.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라도 했더라면 남편을 잃고 아내를 잃고 부모·형제가 고통당한 아픔도 손발에 묻은 때를 강물에 씻어 흘러 보내버리듯 맘속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1965년 맺은 한일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그들은 항변한다. 말하자면 3억 달러라면 당시 우리나라에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사탕값에 불과한 금액을 우리 정부에 지급해놓고선 하는 얘기다. 이는 나라와 나라가 맺은 협약이지, 당사자 개개인과는 아무런 배상 약속이 없었다. 강제노역으로 끌려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정신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을 당한 피해자가 사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때 아베 내각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옳았다.

강제 징용 피해자의 후유증의 고통을 위로해줘야 마땅한 인간으로서 도리다. 그런데 오히려 자기네가 지정해놓은 백색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해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심산이었다. 날강도질을 했던 도적 놈들이 반성은 하지 않고 피해자인 우리에게 화이트리스트란 몽둥이를 들고 설쳐대는 저들의 발상은 비겁하기 그지없었다. 정말이지 그런 적반하장도 없다.

극히 상식적인 일을 그들이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니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선다거나 앞지르기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를 유발했던 차량 책임이 크다. 말하자면 그들에게 나라를 잃은 나머지 국력이 없었던 우리는 미국이나 소련 같은 강대국에 의해 나라가 두 토막이 났던 거다. 갑과 을이 교통사고를 냈다면 잘잘못을 따져 형사적인 문제를 매듭짓고 나서 민사문제인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청구하는 일은 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강제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주장은 극히 옳았다. 또한, 엄격히 따진다면 남과 북이 갈라진 비극의 책임도 일본에 있다고 해야 옳다.

요즘은 윤석열 정부의 화해 정책으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작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긴장을 늦춰서는 아니 된다. 언제 또다시 야만성을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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