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의 오늘은 어떻게 왔는가(2)
기고-우리의 오늘은 어떻게 왔는가(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07 13: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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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길홍/합천수필가
권길홍/합천수필가-우리의 오늘은 어떻게 왔는가(2)

마찬가지로 울산이 세계적인 공업도시가 된 것도 그 당시를 살았던 선대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 정도까지라도 발전한 공업국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주민이 발생했는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는 모른 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공단을 조성할 때부터 나중에 공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기업주부터 전 시민이 마음을 모으고 매달렸던 사실까지도 오늘을 사는 우리는 마음속으로 기억하며 지난 역사에 대한 아픔에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울산공단이라는 세계적인 공업지구가 생기기까지는 숱한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 아픔과 고통을 겪고 나서야 이룩된 결과물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제대로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우리가 왜 지난 과거의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땅의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그 시절에 아파했던 선대들에 대해서 모른 체하고,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번영에 대해서 누리려고만 한다면 진정 이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자주 인용하는 단재 신채호선생의 말씀처럼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우리 민족의 지난 시절에 대한 아프고 괴로워했던 시절의 치열한 성찰은 빼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오늘만 편안하게 지내겠다. 바른 자세일까?

정말 울산공단의 건설은 이 땅의 부흥을 위한 선각자들과 울산주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산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고난과 아픔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70여 년 전에 벌어진 6.25 남침으로 나라가 쑥밭이 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와는 다른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는 논이었고 밭이라 농경지였던 땅이 오늘은 공장이 들어서고 도로가 되는 그 기적을 보았다.

또 멀쩡하게 가족들끼리 잘 살던 곳이고 동네 사람들과 오손도손 정답게 살아가던 고향땅이 어느 순간에는 개발지로 바뀌면서 공장이 들어서게 되어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은 시대였고 그러한 고통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이겨낸 시절의 사람들이다. 민족이니 나라라는 불멸의 가치는 후다닥 만들어지거나 대충 세워지는 게 아니라 크건 작건 간에 자신의 말 못 할 아픔을 마음 저 깊은 곳에 쟁여놓으며 쌓아놓았던 사람들의 살아왔던 역사로서 그들이 이룩한 결과였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모두는 역사를 만들어 왔고 그런 역사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견디어 온 세대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소가 바로 이런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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