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용의 해와 불교
진주성-용의 해와 불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07 13: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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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새해가 힘차게 출발했다.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청룡의 해로 예로부터 푸른색을 띤 상상의 용인 청룡은 강력한 힘과 지혜의 상징으로 나라와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풍요와 행복을 상징했다. 청룡의 기운으로 새해에는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용은 불교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는 동물이다, 용이 불교와 관련을 맺은 것은 이미 고대 인도의 사신숭배(蛇神崇拜)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용은 우리나라의 불교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삼국시대 이후 사찰의 창건연기가 용과 관련된 것이 많다.

낙산사는 의상대사가 동해용으로부터 수정염주와 여의보주를 얻어 관음보살을 친견한 후 창건했다고 한다. 통도사에는 대장경을 바다 속 용궁에 보관했다는 ‘해장보각(海藏寶閣)’이 있다. 신라고승 명랑법사는 해룡으로부터, 보양선사는 서해 용왕의 아들 이목을 데리고 돌아와 금광사를, 진표율사는 용왕으로부터 옥과 가사를 받고 금산사를 중창했다고 한다.

이처럼 용왕·용신은 천룡팔부(天龍八部)의 하나로 불법에 귀의하여 정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경전에 보면 ‘난타’와 ‘우파난타라’라는 용왕은 부처님이 태어나자 한줄기는 따뜻하고 한줄기는 차가운 청정수를 토해내 탄생불의 몸을 씻겨 줬다고 한다. 이는 용을 불법의 수호자로 인식한 결과이다. 사찰의 문 앞에 세우는 당간(幢竿)을 본뜬 청동보당(靑銅寶幢)의 끝을 용두(龍頭)로 장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승이 있는 여래사에도 대웅전 앞에 용 두마리가 있는 것처럼 용은 사찰 건물이나 여러 불구류(佛具類)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찰에는 지붕의 용마루의 양끝과 추녀마루에 각각 한 개씩의 용두가 있다. 사찰의 동종에도 용을 발견할 수 있다. 경주 황룡사((黃龍寺)의 황룡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호법룡이다.

중생들이 극락 갈 때 타는 배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다. 반야용선은 반야의 지혜에 의지해 고뇌의 차안에서 허덕이는 중생을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데 앞부분은 용의 머리로 장식해 용선을 이끄는 구실을 한다. 불교의 용은 법당을 몸에 얹고 극락세계를 향해 훨훨 비상하는 반야용선이 될 때에 의미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청룡의 해에 용의 기운으로 부처님의 가호를 업고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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