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46)
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4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5 17:1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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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46)

▶나폴레옹의 시신을 육로로 이송할 경우 혹시라도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 끝에 봉기로 이어질까 두려워 강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센강을 따라 운구를 실은 배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교회마다 타종을 했다. 운구 행렬은 파리에 도착했다. 개선문에서 시작해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간 후 센강을 건너 앵발리드에 도착했다. 주앵빌 공이 “전하, 나폴레옹의 시신을 전합니다.”하고 보고했고, 국왕 우리 필리프는 “프랑스의 이름으로 받습니다.”라고 응답했다. 녹색 화강암 받침대 위에 놓인 길이 4m, 높이 2m의 거대한 관은 러시아 북부 카렐리야 지방에서 구해온 규암(珪庵)으로 만들었다. 프랑스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그의 관 뚜껑에는 그가 행했던 유명한 연설문 ‘옛 친위대에게 보내는 고별사’가 아로새겨졌고, 유언대로 세느 강변에 묻혔다.

고별사를 소개한다. ‘옛 친위대의 병사들, 나는 여러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0년간 나는 언제나 여러분들과 명예와 영광의 길을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 번영의 시대에도 그러했듯이, 근년에 있어서도 여러분은 용감과 충성의 변함없는 본보기였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용사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큰 뜻은 사라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계속했더라면 그것은 끝없는 전쟁이 되었을 것이요, 내란이 되었을 것이며, 마침내 프랑스에 더 깊은 불운을 남겨 놓았을 것입니다. 나는 조국의 이익을 위하여 나의 모든 사심을 버렸습니다. 나는 떠나갑니다. 그러나 나의 벗인 여러분은 계속하여 프랑스에 봉사하십시오. 나는 프랑스의 행복만을 늘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나는 조국의 행복을 기원할 것입니다. 나의 운명을 가슴 아프게 여기지 마십시오. 내가 살아남기를 원했다고 하면, 그것은 여러분의 영광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우리가 한 몸 한마음이 되어 성취했던 그 위대한 업적의 역사를 기록할 작정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여러분 모두를 나의 가슴에 꼭 껴안을 수만 있다면!’

나폴레옹은 치질과 방광염으로 인한 통증과 고열로 고생했다고 한다. 워털루 전쟁 때 그에게 치질이 악화되지 않았다면 말을 타고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면서 천재적 전투 지휘를 통해 큰 승리를 이루었을 나폴레옹과 프랑스, 웰링턴과 영국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연문깨나 퍼뜨렸던 그의 누이동생 포린은 “나는 항상 아름다웠지!”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 중 한 사람이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그를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우파는 그를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고등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1750년 파리에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세워 귀족 자제들을 장교로 육성하던 것을 폐지하고 특별육군사관학교로 바꿔 평민도 능력만 있으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장교가 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하는 등 근대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국력을 신장시킨 영웅’으로 추모하는 반면, 좌파는 ‘노예제를 부활하고 민법상 여성을 차별한 독재자이자 전쟁광’이라고 비판한다.

1970년대 평화주의 운동이 일어나면서 프랑스 좌파 정권은 나폴레옹 지우기에 나섰고, 우파 정권은 나폴레옹이 상징하는 국가 권위, 질서 등 보수의 가치와 ‘위대한 프랑스’ 되찾기 운동을 전개했다. 역사적 인물의 공과를 함께 조망하는 냉철한 역사관을 통해 역사의 과오로부터 배우는 한편,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썼던 모자(二角帽:bicome)가 2023년 11월 19일 프랑스 파리 인근 퐁텐블로 성(城)에서 열린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193만 2천 유로(한화 약 27억 3천만 원)에 낙찰됐다. 이각모는 둥근 모자챙을 앞뒤 혹은 양옆으로 접어 올린 모자로,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이 모자를 즐겨 쓰면서 지금까지도 그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나폴레옹은 생전에 120여 개의 모자를 갖고 있었고, 이 중 20개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팔린 모자는 나폴레옹이 1815년 엘바섬에서 탈출한 뒤 파리로 진군하면서 썼던 모자인데, 경매 업체는 ‘이 모자는 나폴레옹의 궁에서 일했던 사람의 손을 거쳐 대대로 이어져 온, 출처가 확실한 나폴레옹의 유품’이라며 ‘프랑스의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다가 다른 유품들과 함께 경매에 나왔다.’고 밝혔다. 2023년 11월 현재 개인이 소유한 나폴레옹의 모자는 단 2개로 알려졌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 식품 업체 (주)하림의 김흥국 회장이 갖고 있다. 나폴레옹의 애국심에 존경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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