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방하착(放下着)”
칼럼-“방하착(放下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6 14: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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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방하착(放下着)”

마음속의 집착을 내려놓자. 한 생각도 지님 없이 텅 빈 허공처럼 비워서 더 이상 버릴 것 없이 완전히 내려놓으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 어디에도 매달리지 말고, 모든 걸 다 받아들이며 순리적으로 살아가면 편안하다. 자신의 고락업(苦樂業)의 분별을 줄이기 위한 마음공부와 나눔의 정신으로 인과와 업장을 소멸하여 영원한 평안을 가져오자.

세상을 알면 조용하고 모르면 시끄럽다. 말이 많은 것은 편견이 심하다는 증거다. 편견은 자기 언행을 합리화한 것이다. 입은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말도 한다. ‘내가 잘 났다’는 마음을 내려놓자. 어떤 사람은 잘못된 일 앞에서 “내가 그럴 줄 알았다.”하지만, 자기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잘못될 일을 막았어야지, 방치하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 심통 사나운 사람이다.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하고, 말은 창의성이 풍부하도록 하며, 눈으로는 밝게 보는 습관을 갖자.

상대의 말을 들을 때는 옳고 그름을 살펴보며, 생각은 깊고 면밀하도록 하자. 옳은 것을 보면 바로 배우고 허물이 있으면 즉시 고치며 끊임없이 자기를 반성하고 양심에 물어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보자.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롭게 태어나자. 처음에는 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서툴면서 성장한다.’ 새로운 탄생이 없는 삶은 지루하고, 고루하다. 과거의 삶에 붙들려 있지 말자. 삶의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면 인연이 바뀌며, 새로운 삶이 전개된다.

나의 바르고 좋은 변화에 따라, 새롭고 더 좋은 인연들이 나타나게 된다.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괴로움의 분별의 인과는 자업자득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우연인 것 같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연기법(緣起法)에 의해 일어난다. 모든 것은 고락의 인과로, 인연 따라 나에게로 오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 탐심·진심·치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자. 일상을 감사하게 바라보며 ‘감사한 척’이라도 하며 살아가자.

그러면 불평, 불만과 비난, 혐오의 말이나, 거친 언행이 한순간 사라지게 된다. 모든 걸 내려놓자. 필자가 불법을 전하는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고,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데 있다. ‘금강경 사구게’에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 세상 모든 현상들은 그 인연과 조건에 의해 잠깐 생겼다, 머물렀다 변하여, 사라지는 걸 말한다.

그것이 ‘생주이멸’이다. 모든 것은 다 허망한 것인데, 미혹하고 어리석으면, 이 허망한 것들을 자꾸 붙들고자 애쓰며, 목을 매고, 거기에 묶여서 괴로워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반복 학습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먹는다. ‘방하착’ 모든 걸 내려놓자. 가슴 조이며, 가슴 두근거리며 살지 말자. 조급하게 굴지 말자. ‘있으면 있는 대로 행복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자유롭다.’

‘이만하면 됐다 무얼 더 바라겠느냐?’ 만족에서 행복 오고, 비교하며 불평하는 순간 불행이 온다. 욕심은 키울수록 병이 되고 버릴수록 편안해진다. 넘침과 지나침 없이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다. 인생의 최대의 목적은 편안한 마음 상태를 갖는 것이다. 즐겁기 위해서는 괴로움의 인과를 감수해야 하고, 옳은 것을 주장하려면 그른 것의 과보를 감수해야 한다. 즐거움이 크면 괴로움의 과보도 크게 나타나고, 정의(正義)가 있으면 불의(不義)도 나타난다.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세상이 바로 극락세계다. 극락세계를 찾아 헤매면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

내가 극락의 세상을 만들고 극락의 세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도리를 모르면 한평생 고생만 하게 된다. 내 마음 안에 있는 모든 근심, 걱정, 갈등들이 흘러가버린 강물인 줄 알자.

그걸 모르고 꽉 붙들고 있는 것이 불행이다. 가버리고 없는 것을 아는 순간, 내 안에 있는 모든 불쾌한 감정들은 주인이 아닌 나그네이다. 나그네는 붙잡지 않으면 떠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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