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칼럼-말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30 11:0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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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말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사람의 입안에서 나오는 독설 한마디는 몸을 벨 수도 있다. 순한 마음으로 말하고,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헤아릴 줄도 알자. 장사꾼의 얄팍한 상술에도 고개 끄덕여 주고, 컵라면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아가자.

당일 피로는 당일 풀어야 하듯이, 부부간의 오해도 시작부터 끝까지 대화로서 풀어내자. 부부 싸움에도 건설적인 싸움과 파괴적인 싸움이 있다. 어떤 부부는 시작부터 폭력이 오가고, 아내도 남편 얼굴에 논고랑, 밭고랑, 내천 자 그려놓고, 벙어리 연습하며 3일, 7일, 10일, 석 달, 말문을 닫고 살다가 겨우 입을 열면 또 후반전이 시작되고, 이혼을 강요하며 싸움에 밀린 배우자는 자살 위협과 공갈 협박을 하다가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부부 싸움 후에 혼자 빙그레 웃음이 나오면 건설적 싸움이고, 이빨 부드득 갈면 파괴적 싸움이다.

다투었다 하여 밥도 안 주고, 죄 없는 아이들 혼내고, 보따리 싸서 친정 가고, 배우자 옷 칼로 긋고, 종류도 다양하다. 논리정연한 이론으로 해결한 후 “먼저 사과한 사람이 이긴 사람이다”

두 손 합장하고 여보 미안해요 하면 여왕이며, 남편을 제왕으로 만든다. 부부 싸움 끝은 깨끗하게 풀어버려야 한다. 부부간엔 자존심이 없는 것이다. 싸웠으면 깨끗이 풀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어보라. 당신 아직 화 안 풀렸어요? 여보, 유자차에 꿀 타드려요? 그러면 기가 막혀서 풀릴 것이다. 배우자가 퇴근해오면 나 오늘 유독 당신이 보고 싶더라 하면 금방 풀릴 것이다.

집안 문제로 직장에서 찡그린 얼굴로 일하도록 방치하지 말자. 칭찬의 말, 친절한 말, 배려의 말, 감사의 말, 용서의 말, 착한 말, 따뜻한 말, 좋은 말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화내는 말, 투덜대는 말, 심술궂은 말, 거친 말, 극단적인 말을 삼가자.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편이 훨씬 돋보인 것이다. 소곤거리는 말, 지껄이는 말, 어물거리는 말, 긴 말, 소리가 낮고 힘없는 말, 난폭한 말, 성급한 말도 삼가 하자. 기쁠 때 나온 말은 아첨하기 쉽고, 화날 때 나온 말은 과격하기 쉽다. 장례식장에 가서는 너무 낮은 말, 너무 느린 말, 너무 큰소리의 말을 조심하자. 사는 집이 이웃과 맞닿아 있거나 길가 집일 경우, 크게 웃거나 화를 내어 고함지르면 이웃 사람과 길 가던 사람이 듣고, 비방을 한다. 말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지고 성스럽지 못한 것이다. 좋은 말도 길면 듣는 사람이 싫어하는데, 나쁜 말이면 오죽하겠는가?

심부름 시킬 때의 말은 정확, 간략, 명백해야 전달이 잘 된다. 번거롭고, 자질구레하면 전달이 잘 안된다. 저속한 말을 하면 품격이 떨어진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그를 향해 화내어 큰소리로 이놈, 저놈, ‘도둑놈’, ‘개, 소’, ‘원수’, ‘죽일 놈’, ‘썩을 놈’, ‘일찍 죽어라’하지 말자.

일이 맘대로 안된다 하여 벌컥 화내며 ‘나 같은 건 죽어야해’, ‘저런 놈은 죽여야 해?’, ‘하늘이나 폭삭 무너져라’, ‘폭삭 망해라’ ‘호랑이는 뭐하나?’, ‘저런 놈 안 잡아간 귀신도 직무 유기한 거야’ 그런 말 내뱉지 말자. 경솔하고 천박한 말이 나오려 하면 재빨리 입 꼭 다물자.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후회와 손해뿐이다. 말마다 농담만 하면 실속이 없게 된다. 군자는 욕심 없고, 깨끗한 마음을 유지한다. 남들이 음담패설, 남 비방하는 말할 때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리자. 입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는 구취가 아닌 더러운 말이다. 입 안에 있는 가장 위험한 병은 충치 아닌 쓸모없는 잡담이다. 말은 삶의 지침이요, 삶의 규율이며, 삶의 책임이다.

내 잘난 자랑 말고, 다른 사람 잘생겼다며 아첨도 하지 말자. 특정인을 향해 못생겼다는 말이나, 남을 평가하는 말을 삼가 하자. 여름철에 내의 입은 사람 앞에서 덥다 말하지 말고, 겨울철에 내의 안 입은 사람 앞에서 춥다 말하지 말자. 굶주린 사람 밥 먹는 앞에서 음식 맛없다는 말도 하지 말자. 우리는 날만 새면 벌어지는 입단속을 잘하여 다툼 없는 세상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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