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1)
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01 13:1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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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라오스에 다녀오다(1)

인생은 60부터란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100세 세상이라 않던가. 70부터라고 고쳐 말해야 옳을 것 같다. 나로선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듯 일찍이 옹달샘 안 올챙이로 살았었다. 60 나이에 들어서고도 더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지 못하고 내 꿈도 펼치지 못했었다. 고희에 이르도록 우리나라 안에서만 살았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옹달샘 안에서만 70년을 독불장군처럼 살았던 거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였던 내가 보슬비 내리던 날 기지개를 켜고 폴짝 뛰어 봤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드넓고 확 트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문학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자 넓은 세계로 나아갈 기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진주 문인협회에 활동하다 경남 문인협회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내디뎠더니, 세상 구경하러 가자고 하지 않은가. 작년 여름에 몽골 문학기행을 4박 6일로 다녀왔었던 건, 우물 안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화했다. 나로선 역사적이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약 반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이번엔 라오스에 패키지여행을 다녀오자고 하는 거다.

라오스에 대해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이런 나라들의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다. 그리고 중국에 영향을 받은 사회주의 나라다. 고만 알고 있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금언이 불현듯 뇌리를 강하게 스치고 돈다. 라오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나서 다녀오는 것이 그 나라에 예의일 것 같았다.

조금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인터넷 나무위키에 찾아봤더니 남북한 동시 수교 국가란다. 국토는 23만 7천㎢로 남북한 면적보다 넓었으나 인구는 730만(2020년 기준)뿐이다. 수도는 브엔티안이고 우리나라 광역시 인구보다 적은 95만(2020년) 정도였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속한 나라 중에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나라라는 거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인 2024년 1월 18일 아침이 밝았다. 일어나자마자 베란다 밖을 살폈더니 겨울비가 봄비처럼 부슬부슬 내리고 있질 않은가. 문득 초등학교 때 봄 소풍 날이 떠오른다. 제발 내일은 비가 내리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고 잠들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얄밉게도 비가 내렸던 날이 몇 번은 있었지 않은가. 그렇지만 라오스 여행 가는데 겨울비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말이다. 왜 그때 소풍날이 떠올랐는지 몰라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지난번 몽골 여행 때는 딸네 집에 캐리어를 아내가 빌려온다는 걸 극구 반대하고 배낭 가방에 옷가지를 담아 메고 갔었다. 그런데 나처럼 배낭을 메고 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언제든지 마누라 말을 들으면 병폐가 없단다. 앞으로 해외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필요하겠다 내다보고 캐리어를 아예 샀던 모양이다. 어젯밤이 늦도록 새 캐리어에 필요한 준비물을 갖추어 놓았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바깥 날씨를 계속 살피는데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빗방울은 더 굵어진다. 정철상 여행사 대표님께서 우리를 한시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진주 문인들이 김해 공항까지 편케 오도록 관광버스를 진주 신역사로 보낸다는 거다.

진주서 출발하는 오후 3시 30분까지는 겨울비가 그쳐주었으면 하는 맘은 감출 수 없다. 습관처럼 커피를 한잔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여기저기서 들어온 이메일을 읽는다. 경남도민신문에 원고 보내는 날은 죽은 조상님 제삿날 돌아오듯 한다. 글 몇 줄 썼는데 오전 한나절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이제는 완전히 습관화 되어버렸다.

점심을 하고 나면 눈이 따가워지는 시간은 정확하다. “주인님 오수를 취하셔야겠습니다.”라고 계속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누우니 잠이 들지 않는다. 길게 자야 4, 5십 분 짧게 자면 2, 3십 분인데 아마 늦잠 들까 싶은 강박관념 때문인가 싶다. 만약에 오랫동안 잠들게 되면 낭패 아니냐는 선입감에서다. 겨우 잠들었는데 진주 문인협회에 전임 상임이사 e 선생님의 전화가 걸려 온다. 몽골 여행 카톡방에 공지문에는 오후 3시 30분이었는데 30분 앞당겨진다는 메시지를 읽었나 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며 주차 문제도 있다며 시간을 앞당겨 두 시에 출발하자며 집 앞에 나와 기다리라 한다.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허겁지겁 짐을 싸서 나오는데 겨울비치고는 빗방울 수가 많다. 그리고 아침보다 크기도 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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