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조상 음덕 새기는 설날
진주성-조상 음덕 새기는 설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04 13: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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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조상 음덕 새기는 설날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인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에는 가족과 친척이 모여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의 은덕을 되새기고 집안이 건강하고 흥할 수 있도록 기원하게 된다. 설날에 우리 모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친척을 만나 안부를 전하고 회포도 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우리 명절의 취지를 확인하는 명절이 설인 셈이다. 설날은 조상 숭배와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돌아가신 조상신과 자손이 함께 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설 명절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친척들과 정을 나눌 수 있고, 뿌리의 근원을 깊이 새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혈연관계의 집단에서 지연으로 관계를 확대시켜 덕담으로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 생활과 산업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요즈음에 설날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이어온 전통인 설 명절에 겸손한 마음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정성껏 지내는 일을 단순한 풍습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을 무시하고 우리 스스로를 폄훼하는 행위이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인 명절 문화를 배격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설 명절에 조상들과 부모 친척, 이웃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설에는 새해 마음을 담아 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어른은 아래세대에 이런저런 덕담과 나누는 풍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세뱃돈 챙기는 날로 인식된다. 예전에는 세뱃돈 대신 덕담이 담긴 세배 글을 넣어 전했다고 하는데 요즘 이렇게 했다가는 원망만 들을 것이다. 서로 인사조차 건네지 않는 각박한 세태에 일 년에 한 번 아랫사람에게 큰 절을 받아 보는 호사를 누리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세뱃돈을 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잔소리가 싫어 명절에 고향 가기가 싫다하고, 살기 팍팍하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쏟아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식구들과 둘러앉게 될 설은 여전히 푸근할 것이다. 진짜 청룡의 해는 설날부터 시작이다. 설 명절을 맞아 갑진년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친지와 이웃과 함께 덕담과 세배 나누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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