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운명 공동체
도민칼럼-운명 공동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13 12: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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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운명 공동체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명절이 좋은 건 아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에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집안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고 칭얼거림마저도 반갑다. 아이들의 기운이 어른들의 때를 벗기는 듯하다. 아이들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하고 미움을 생각하고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른이라면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 어릴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민족은 늘 다른 민족에게 침략을 당해서 한번은 전쟁을 경험을 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었다. 물론 그 말의 근간은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하고 700여 번 넘게 침략한 일본을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을 먼저 침략한 적이 없다. 한반도는 천혜의 요새여서 만리장성을 쌓을 필요도 없고 양식을 얻기 위하여 다른 나라를 침탈할 일도 없는 평화스러운 민족이 사는 곳이었다. 나는 우리의 역사가 징키스칸처럼 유라시아대륙을 제패하지 않은 것에 기쁘고 다른 나라를 종속시켜 수탈한 제국주의 역사가 없는 것에 우리의 품격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 자체로 저력이 있다. 중국이나 일본 미국 러시아에 비해 땅의 크기는 작지만 우리의 문화는 지금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 처음 들어보는 나라가 입장하는 경우를 본다. ‘저런 나라도 있구나!’ 하는 순간에 우리도 1970년대 아니 8,90년대만 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를 몰랐겠구나! 하는 자각을 한다. 우리나라를 안다고 해도 독일 통일 이후 아직도 분단되어 통일되지 않은 나라, 전쟁이 잠시 쉬는 휴전 국가로 아는 이들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변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새해에 이런 자부심과 자존감이 드는데 뉴스에서는 연일 북한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우리를 민족으로 치부하지 않겠다고 한다. 공식적인 자국 명칭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는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아니지만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자국이 자국을 침범하는 일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서로가 적대국이라고 한다. 북한은 우리에게 0.001미터라도 침범하면 가만 안두겠다 하고 우리는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다시 초등학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번은 자기 세대에서 전쟁을 경험하는 민족이라는 말,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했지만 195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부터는 전쟁에 대한 실제 자기 경험은 없다. 어른들의 말로 얼마나 비참하고 힘들었는지 전해 들었을 뿐이다.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 가자지구가 화염에 휩싸여있지만 그건 나의, 우리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제 무기가 발달해서 전쟁이 나면 모두가 순식간에 괴멸된다고 하지만 실상은 서서히 죽어간다. 핵을 써도 사람들이 당장에 다들 죽지는 않는다. 전쟁이 끔찍한 것은 이처럼 사랑하는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쉽게 전쟁 운운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지금 군대를 보낸 부모들은 마음이 한가하지 못하다. 보수 정권이면 국방은 더 안전하다고 믿어야 하는데 왜 더 불안한가? 약간의 인명 손실은 있어도 정권의 위상을 세우면 된다고 여기는가? 누구의 자식들이 그 피해를 보는가? 이 땅에, 이 지구에, 지금 함께 이 시간을 사는 이들은 모두 같은 운명이다. 전쟁이나 국지전이 발발하면 좌파만 죽고 우파는 사는가? 보수는 살고 진보는 죽는가? 그냥 다 같은 고통을 당한다.

부디, 우리가 같은 운명이라는 인식하에 서로를 비난하여 체재 내 결속을 원하는 시도로 한반도가 긴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예부터 좋은 지도자는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후대에 성군으로 인정받았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또한 그렇게 일러주는 백성들이 있어야 좋은 지도자도 나온다. 편 먹고 두둔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어보라!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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