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어느 소방관의 죽음을 보며
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어느 소방관의 죽음을 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14 13: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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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어느 소방관의 죽음을 보며

문경의 한 식품 가공공장의 화재로 소방관 두 명이 순직했다. 순직한 소방관 중 한 소방관은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위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두려움 앞에서도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그들의 희생정신에 그저 가슴이 메일뿐이다.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화재 진압이나 구조 활동을 하다 숨진 소방공무원이 55명이나 된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늘 사고가 난 후 대책이나 희생자에 대한 대우에 말이 많다. 획기적인 대책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위험한 화재 현장에 로봇이나 드론을 투입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활활 타오르는 화염 속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난제가 있다고 하니, 빠른 기술 확보를 기대할 뿐이다.

일선 소방관의 말을 들어보면 고립된 소방관을 구조하는 데는 또 다른 소방관을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일명 ‘구출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출팀’은 불 속으로 투입된 대원이 고립되었을 때 동료를 구하기 위한 팀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이미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 문제로 ‘구출팀’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또 다른 희생이 뒤따르는 문제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소방관은 화재 진압이나 재난, 구조 등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가혹한 업무를 수행한다. 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나 사망자를 목격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안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문제도 생긴다. 불규칙한 근무시간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가족과의 시간이나 개인 생활에도 자유롭지 못하니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다.

그렇다면 소방청의 순직소방관에 대한 예우는 어떨까. 가족이나 동료의 말에 의하면 화마 속에 쓰러져간 소방관과 그 유족을 살피는 데는 소홀하다고 한다. 유족의 말에 의하면 해마다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을 열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추모식의 주관은 추모기념회가 하고 대전보훈청은 행사를 후원하는데, 소방청은 말로만 주최일 뿐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소방 당국이 올해 예산에 순직 소방공무원 관련 사업 예산을 처음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순직 공무원 관련 예산은 그동안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1억 원 예산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 예산에 신규 항목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마치 자신들의 공이라는 듯 생색내었다. 또한 보훈청이 추모식을 위해 기념회에 지원한 보조금도 소방청이 보훈청에 적극 요청해 이뤄졌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업무상 보훈청의 일이라지만 엄밀히 따지면 추모행사는 곧 자신들의 일인 만큼 예산 지원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소방관은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소방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정서적 지원과 경력 개발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 이는 소방관의 업무 만족도와 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화재 예방과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최우선이다. 누구보다 일선의 대원이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안다. 일선 소방관의 말처럼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구출팀’ 구성이다. 또한 일부 소방서에서는 충분한 장비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력 부족과 장비 부족은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직면하는 위험을 증가시키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최신 장비와 충분한 인력 충원에 예산 핑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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