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때로는 인생무상을 느낀다(1)
기고-때로는 인생무상을 느낀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15 12: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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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때로는 인생무상을 느낀다(1)

나는 산골에서 살다 보니 바다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바닷가 관광을 가면 푸른 바다 위에 떠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과 그 위를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한 폭의 그림처럼 산골인 나에게 더 큰 감명을 준다.

그러나 바다 풍경이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썰물이 휑하니 빠져나간 부둣가의 바닥을 볼 때도 있다. 물 위에서 신나게 헤엄쳐 다니던 작은 고깃배들이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진흙탕에 이리저리 처박혀 밀물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고, 바닷물에 가려 보이지 않던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황량하고 쓸쓸하기 짝이 없다. 양면성의 부둣가 풍경이 가끔 떠오른다.

나는 이곳 고향에서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재직 기간 동안 항상 고향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애향심을 가지고 일했다. 젊은 날에는 나의 공직 생활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을 하며, 정년퇴직이란 항상 남의 일로만 여겼다.

그러나 얄미운 세월은 금방 나의 이런 착각을 깨뜨렸다. 이 자리는 내가 잠시 있을 자리이고, 곧 퇴직을 하고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자리임을 알게 한 것이다. 재직 기간 동안 나름대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매사에 열심히 일하였지만, 퇴직 후 재직 기간을 되돌아보면서 좀 더 두터운 애향심과 애민 정신으로 일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한 때도 있다.

내가 공직을 시작할 때인 1970연 대에는 농촌에 문맹자가 많았다. 주민들의 민원은 주로 마을 이장이 대행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이장의 책임감과 능력에 따라, 마을 아이들의 출생 일자도, 이름자도 바뀌는 일이 가끔 있었다. 특히 장날이면 민원창구는 더 붐볐다. 때로는 술에 취한 민원인들로 사무실이 소란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그때는 대다수 공무원이 고향 출신이라 주민(민원)들과 사이에는 언제나 인간적인 따뜻한 정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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