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2)
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15 12: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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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라오스에 다녀오다(2)

진주발 경창 관광버스가 12명을 태우고 겨울 빗속을 뚫고 달린다. 함안과 마산을 거치더니 창원에 도착한다. 몽골 여행 때 우릴 인솔했던 이달균 회장님과 민창홍 신임회장님도 차에 오른다. 낯선 문인도 몇은 되지만 대부분 낯익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여전히 겨울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김해 공항 대합실에 들어서니 해외 여행객들이 인산인해다. 부산 에어 항공 여객기가 빈자리 없이 만석이다. 이륙시간인 20시 30분을 훨씬 지나도 꿈쩍하지 않고 한참을 더 뜸을 들인다. 이윽고 라오스에 비엔티안 왓따이 국제공항을 향해 이륙한다는 아리따운 멘토가 흘러나온다.

김해 공항 아래로 보이는 시가지며, 각종 건물 불빛이며,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 불빛은 장관이다. 기차여행을 한다든지 버스를 타면 언제든지 차창 밖에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이는 창조주께서 심혈을 기울인 걸작품 감상하기에 몰입한다.

제주도 여행은 몇 번이나 했지만, 비행기를 탔었다. 짧은 거리라 낮에 드나들었었다. 어느새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을 내려다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쪽빛 바다에 홀로 유영하는 돌고래 모양인 여객선은 일엽편주다. 올망졸망하게 엎드린 크고 작은 조개 같은 집들은 어릴 때 소꿉놀이를 떠올리게 했다. 이번 라오스 여행에도 몽골 여행 때처럼 창가 쪽 좌석을 부탁해 배정받은 것은 이런 풍경 그림을 즐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야간비행이라 아쉽다.

이젠 정상궤도에 오른듯싶은데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암흑 속이다. 다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비행기 날개 끄트머리 반짝이는 불빛이다. 행여나 하늘에 별 무리가 보이지 않을까 살펴보지만, 시야는 적막강산이다.

물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다음에는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안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번 라오스 여행 때는 이어폰을 준비했었다. 지인들이 카톡으로 보내준 흘러간 옛노래 모음이나 동영상 노래를 듣기 위해서다. 집에서는 뭐가 그리 바쁜지 듣고 보질 못했다. 눈감고 조용히 들으니 이가 자장가 역할을 했나 보다. 한 시간은 더 잠들었다 깬 성싶다. 스마트폰에 눈을 맞추었더니 어느새 날짜 변경이 되어 있었으며 우리나라 보다 두 시간이나 늦다. 나로선 잠자지 않으면서 눈 감고 있질 못한 성격이다. 스마트폰 동영상에 음악을 들으며 창밖으로 계속 시선을 맞춘다.

이제야 비구름들이 쉬러 갔나 보다. 아직 반달 모양을 다 갖추지 못한 달이 공중에 둥둥 떠 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거무스름한 물체는 이름 모를 나라에 산자락인성싶다. 사람들이 밝혀놓은 불빛들이 함께 모여 반짝거린다. 조그만 마을들인가 싶은데 어느 나라 위를 날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고개를 오랫동안 돌리고 있어선지 목이 아프다. 머리를 살며시 의자에 기댔더니 눈이 사르르 감긴다. 비몽사몽간인데 비행기가 라오스에 가까이 다가선 지 싶다. 겨울이 없고 1년 내내 여름이라지 않던가. 탑승하면서 겉옷을 벗었는데도 덥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답답하다.

50이 넘으면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전립선 비대증세를 겪는다는데 지금 내 나이 70이 넘었지 않은가. 탑승한 지 3시간이 넘자 소변 저장 창고에서는 만수위에 이르렀다며 신호를 보낸다. 조금만 참으라며 달랠 수밖에 없다. 잠시 후 30분 후엔 비엔티안 왓따이 공항에 착륙하겠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마침내 공항에 내리니 신선한 공기가 반갑게 맞아주므로 숨통이 트인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살핀다. 몽골에 칭기즈칸 공항에 서성이는 남녀 보안경찰이 뚱뚱한 사장님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여기 브엔티엔 왓따이 공항에 직원들은 키가 크지 않고 아담하며 날씬하다. 보안경찰인듯싶은데 영상으로 보던 북한 군인처럼 보인다.

공항 로비로 나오자 짐 찾는 건 뒷전이다. 곧장 달려가 급했던 볼일을 보기로 했다. 몽골 공항서는 손을 씻으려는데 100살 노인 소변처럼 몇 물방울씩 떨어지다 그쳐 버렸었다. 그런데 왓따이 공항은 17세 소년 오줌 줄기처럼 쏟아진다. 물 부족한 나라는 아닌성싶다.

경남 문인협회 회원들을 인도할 가이드 두 사람이 관광버스 두 대를 대기 시켜놓고 우리를 맞는다. 유병수와 김찬희 가이드라고 소개하더니 우리를 인솔한다. 는 거다. 이쁘장한 두 소녀가 스물 안팎으로 보이는데 보조 가이드로 도울 거라 한다. 20명씩 조를 나누고 나눠 태우더니 라오스 관광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하겠단다.

입은 옷들이 겨울옷이라 빨리 호텔에 도착했으면 싶다. 마침 공항에서 15분 거리라 한다. 경남 문인 40명은 마침내 라오스 수도 브엔티엔 무엉탄 럭셔리 호텔 20여 개 방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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