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지금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1)
세상사는 이야기-지금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18 12: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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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지금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에서 안톤 시나크는 울고 있는 아이, 정원 구석에서 발견한 작은 새의 주검, 사냥꾼의 총부리 앞에서 죽어가는 사슴의 눈빛, 출세한 친구의 거만해진 태도, 그리고 자동차 뒷 자석에 앉은 여인의 좁은 어깨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썼다. 시나크가 그 글을 쓴 건 오래전이지만, 지금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많다.

그렇지만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다. 세계 도처에서 부러워하고 배우러 오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외제 물건을 팔던 부산의 국제시장에서, 오늘날 세계시장을 석권한 삼성과 엘지와 현대의 성공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한국을 세계에 알린 한류의 인기도 우리를 기쁘게 하고, 키 크고 인물 좋고 영어 잘해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리 젊은이들의 당당함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만든 무지개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이’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아기의 아무런 욕심도 티도 없는 얼굴, 흠도 죄도 모르는 뽀얀 얼굴로 웃고 있을 때 그 무구한 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평소에 늘 존경하고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손수 쓴 짧은 편지가 든 우편물을 받았을 때, 그가 쓴 글씨체까지 가슴에 정겹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때, 라디오를 켜는 순간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우리를 기쁘게 한다.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러 갔다가 친절한 사람을 만났을 때, 친절하고 능력이 있으며, 고마워하는 나보다 더 밝고 환한 얼굴로 서서 인사하는 모습을 대했을 때 기쁨은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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