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상표 공존 동의제 도입에 즈음하여생태학에서 ‘공존’의 개념은 시기를 달리하는 등 양보와 차별을 통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해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존의 방식이다. 땅바닥에 붙어 방석처럼 펼쳐진 형태로 살아가 방석 식물이라고도 불리는 로제트식물은 키 큰 식물들이 꺼리는 둑 길, 도로가 등을 서식지로 택하여 불필요한 경쟁을 피한다.
또한, 로제트식물은 시간차 전략을 통해 가을에 꽃대를 만들어 놓고 겨울을 나며 봄이 되면 일찌감치 꽃을 피우고 가루받이를 끝내, 다른 식물과의 경쟁을 최소화하면서도 원활하게 종족번식을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찌감치 가루받이를 끝낸 로제트식물은 향긋한 나물이 되어 우리에게 봄내음을 선물하는 고마운 식물인데, 자신을 최대한 땅 아래로 낮추고 양보하는 자세로 공존의 지혜를 몸소 실천한다니 봄나물을 씻을 때마다 필자는 이제 그러한 지혜를 떠올리고 되새기리라.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비슷한 아이디어는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적분학의 경우 라이프니쯔와 뉴턴이 거의 동시에 이를 발표했고,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진화론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에디슨이 전화기 특허 신청을 하고 나서 한 달 뒤에 벨과 그레이가 각각 전화기 관련 특허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누구에게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먼저 출원한 자가 특허를 받게 되며, 후에 출원한 자는 먼저 출원된 발명에 의하여 특허를 거절당하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법, 일종의 선착순이다.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은 언뜻 보면 간명하고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먼저 발명했음에도 이러한 제도를 몰라 먼저 권리를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의 측면에서 보면 억울한 부분이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이러한 억울한 경우가 발생 되기도 한다. 먼저 상표를 사용했음에도 상표법을 잘 알지 못해 상표등록을 받지 않아 성실하게 일구어 온 영업 표지를 빼앗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상표 공존 제도는 먼저 등록한 상표권자 혹은 먼저 출원한 선출원인이 동의를 하는 경우 동일 유사한 후출원상표도 등록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상표 출원 등록을 대리하여 처리하다 보면, 선등록상표나 선출원상표의 지정상품과 심사기준 상으로는 유사한 상품이나 거래 실정에서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아 서로 협의된다면 공존할 수 있다거나, 선등록상표권자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상품임에 명백하여 공존할 수 있는 경우-물론 불사용 상표를 취소를 시키고 출원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외국 일부 국가에서는 공존 동의가 가능하여 해결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수요자들이 오인·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을까 하는 우려, 기타 여러가지 법적인 쟁점은 별론으로 하고, 상표 공존 동의제 시행을 앞두고 불필요한 분쟁과 경쟁을 피해 슬기롭게 살아가는 로제트 식물의 공존의 지혜가 더욱 마음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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