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잘난 사회
도민칼럼-잘난 사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21 17:32
  • 14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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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잘난 사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남 소재 학원에 의대 진학반이 있단다. 고작 열 살 즈음부터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 재벌은 상위 5%는 되어야 하니 나머지 95%가 이 세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실력, 그것을 증빙하는 길은 공부, 학벌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그래서 2살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니고 집안에서는 영어로만 말하고 경쟁력을 입에 달고 사는 사회, 누구나 자식의 일이라면 눈이 감아지는 편법의 사회, 누가 누구를 뭐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미국의 에미상 시상식을 석권했을 때 흥분했지만 한국 사회의 실상이 그렇다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1등만 인정받고 1등이 다 차지하는 사회,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겨야 하는 사회, 등수로 계급이 매겨지는 사회에 대한 자각은 우리에게 과연 있었을까? 그건 그냥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냥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런 사회를 개인이 어찌해볼 수 없다는 무력감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찾아오는 건 당연했다. 그러다 오징어 게임처럼 남녀노소 너 나 할 것 없이 주식 열풍에 휩싸이고 코인 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오징어게임’이 일어났다.

지금은 어떤가? 마크맨슨이라는 유명 유투버이자 작가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했단다. K팝의 나라,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밖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다. 부정할 수 없다. 그 결과가 바로 출산율 저하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책들이 나온다. 예전에 허경영이라는 정치인(?)이 아이를 낳으면 1억을 줘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기막혀했지만 지금 그런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자체마다 난리다. 전남도는 17세까지 매달 10만원씩 지원, 군도 함께 지원해서 총 4320만원을 주고 인천시도 지난해 12월 지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억원을 지원하는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했다. 한 번에 주는 건 아니고 18세까지 나눠서 준단다. 이사 가면 주지 않으니 그 돈을 받으려면 그지역에서 17,8세까지 살아야 한다. 아이들이 아프면 갈 소아과는 없는데 돈 줄 테니 아이를 낳으란다.

더 문제는 비교에서 시작되고 모든 것은 SNS로 표현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아이를 낳아서 명품 유모차에 태워 사진을 찍은 후 인스타그램에 내보이고 계속 명품 행진을 하면 어느 날 그것을 부러워하는 이들에 의해 유명해진다. 그것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화답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보는 순간, 아이 낳는 일이 주저되는 것이다. 아예 결혼 자체가 젊은이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주거도 불안하고 양육할 환경도 좋지 않고 물가는 천정부지고 내가 낳은 아이는 2살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닐 처지가 못 되고 잘 나게 키울 자신이 없는데 어찌 애를 낳겠는가!

우리 사회의 진단은 진작부터 나와 있었다. 공동체가 붕괴하면서, 1등 주의가 우세하면서, 계급화되고 양극화되고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모를 만큼 많이 아픈 사회가 되었다. 잘나가는 사람만 잘나가고 백화점은 여전히 주차난이고 연휴면 공항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그런데 사과 한 알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나라, 곧 우리도 망한다고 예를 든 베네주엘라 보다 더 비싼 나라, 자기 밥그릇만 챙기느라 바쁜 사회, 우리 이기심의 절정이 바로 출산 멈춤으로 보이고 있다.

종교도 아무 역할을 못하고 정치는 혐오만 부추긴다. 그럼에도 자포자기로 우울증 약만 먹고 살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를 세계에서 가장 슬픈 나라라고 말한 유투버가 다 옳은 건 아니지만 그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저력이 있다. 잘 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 모두가 역할이 다를 뿐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 지금 세상이 힘들다면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인식에서부터 먼저 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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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24-02-21 18:40:49
허경영신황제취임만이답이다 허경영아니면 답이없다 33정책시급하다

ㅇㅇ 2024-02-21 18:39:38
허경영 아님 진짜 답이 없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