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흐뭇한 세뱃돈
진주성-흐뭇한 세뱃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22 11: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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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흐뭇한 세뱃돈

필자가 국민(초등)학교시절 학교의 생활기록부 종교 난에는 ‘불교’라고 쓰여 있다. 이유는 그 당시 4월 초파일이면 온 동네의 어머니들이 쌀 한 되 정도를 이고 절에 가서 돈 1〜2천원을 부처님 앞에 놓고 무엇인가 간절히 빌고 절밥을 얻어먹고 오곤 할 때 졸랑졸랑 친구들과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그 당시 어머니들은 절에 자주 다니는 것이 아니고 보통 1년에 한두 번인데 그래도 나의 종교는 이후 계속 불교로 쓰고 있다. 50대부터는 향교나 서원에 다니며 유림활동을 하면서 공자의 학문을 배우고 익히며 유자(儒者)라곤 하지만 집사람은 여전히 절에 다니고 있다.

약15여 년 전, 집사람이 다니는 사찰에 스님의 스승 스님이 상봉서동 여래사 동봉 큰스님인데 설날 세배를 가는데 같이 가게 되었다. 그날 동봉 스님은 처음으로 만났지만 진주 지역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노인 경로잔치 등을 해마다 지속적으로 계속하고 계셨기에 익히 알고 있었다.

큰 스님의 연세는 알 수 없었으나 필자와 비슷하던지 아니면 조금 위일 것 같았는데 매우 정정하셨다. 그러나 나이와 관계없이 출가한 스님께는 부모라도 자녀 스님에게 예를 다한다는 말씀을 들은 바 있어 같이 간 스님과 아내와 함께 큰 절로 세배를 드렸다.

스님께서는 절을 받으시고 덕담을 하시더니 조그마한 봉투를 세배 돈이라며 주셨다. 지금 생각하니 3000원정도로 기억하는데 환갑진갑이 훨씬 지난 나이에 세배 돈을 받고 보니 참 기분이 좋았다. 스님께서는 어린애들이나 어른 차별 없이 세배 돈을 주시는 것 같았다. 당시 70을 눈앞에 두고 세배 돈 3000원을 받고 참으로 귀한 돈이라 한참을 쓰지 못하고 지니고 다닌 기억이 해마다 새롭게 떠오른다. 동봉 큰 스님은 요즘 경남도민신문에 진주성 오피니언 필진으로 지상법문을 해 주고 계셔서 애독하고 있는데 한번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또 한 분, 약 30여 년 전 우연히 경상대학교 법경대학장을 지내시고 진주문화원장으로 재직 중이시던 리명길 박사님을 뵙게 되었는데, “자네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오게” 하셨다. 때마침 설 무렵이라 친구 한사람을 데리고 세배를 갔더니 병풍을 치고 한복을 입고 계셨다.

세배를 드리니 “내가 자네를 문학가로 만들고 싶으니 열심히 하라.” 하시며 문학에 관한 서적 2권과 역시 세배 돈 3000원을 주셨다. 그러면서 “작년까지는 세배 돈이 2000원이었는데, 올해부터 3000원으로 인상했다.”라고 하셨는데 어른에게 받는 세배 돈은 금액과 관계없이 은은한 정이 느껴졌다. 지금은 가시고 안 계시지만 명절 때면 그때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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