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단상-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1)
전원생활의 단상-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22 11: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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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원/수필가
공성원/수필가-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1)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이나 역사적 문화적 사물을 보기 위하여, 일상을 벗어나 휴식이 필요해지면 여행을 떠난다. 익숙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육신을 옮겨 놓는 것은 마치 머리가 아플 적에 진통제를 한 알 먹는 그것만큼이나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기회는 정신적인 청량제가 되어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하동 섬진강 강변 길을 따라 걷기를 좋아한다. 혼자라도 힐링하며 생각하는 시간이 좋고 둘이서 함께 걷는 것도 더없이 좋은 길이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봄 길에 끝없이 펼쳐지는 강 건너 망덕포구 유채꽃을 보노라면 마음의 평화가 절로 생기는 곳이기도 하다. 혼자서든 함께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드림로드(dream road) 100리 길을 오는 봄에도 걷을 것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구에는 재첩을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적어도 강 길을 따라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 것이지만 그 어부의 수고는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차가운 물 속에서 거랭이로 재첩 한알 한알 건져 올리는 노동은 멀리서 영화 같은 장면을 보는 여행자에게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때로는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이지만, 자연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기도 한다.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의 생태계와 균형에 위협이 되고 기후변화로 언젠가 인류에게 닥칠 엄청난 재앙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탐욕스러운 동물이다. 인간 외에 어떤 지구상의 생명체도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다.

텃밭에서 일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서식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지 모른다. 필요 없는 것이란 없다. 쉽게 보이지 않는 다양한 생태계의 상호 작용으로 결국은 인간도 더불어 존재하는 이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경탄하는 것이다. 땅속 지하에도 식물을 지탱하는 뿌리며, 지하수, 각종 영양 광물들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이다. 날씨의 변화, 대기 중에서 광합성 작용, 바람 소리, 새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이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고 결합되어 생명이 이어지게 되며 크게 보아서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 외치는 것이다.

보이는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금속 조직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그냥 보면 쇳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시편을 만들어 적당히 가공처리를 해서 현미경으로 보면 완전히 다른 미시(微視)의 세계를 발견한다. 금속 조직이 이렇게나 아름다운가. 그 조직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강도가 다르며 이에 열을 가하면 같은 소재라도 그 특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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