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임란(壬亂) 전후 조선비록(朝鮮秘錄)(1)
칼럼-임란(壬亂) 전후 조선비록(朝鮮秘錄)(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3 15:5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웅/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강신웅/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임란(壬亂) 전후 조선비록(朝鮮秘錄)(1)

‘본 고는 대구자수박물관 정재환관장이 30여 년 전에 백병풍(白屛風)에서 발굴, 소장해온 국내의 희귀 고문헌자료로서, 조선조 인조2년(1624) 일본에 수신사(修信使)의 종사관(從事官)으로 일본에 다녀온 신계영(辛啓榮 1577∼1669)이 그 어떤 정사(正史)에서도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당대의 신빙성 있는 역사고사(歷史故事)를 한자(漢子)원문으로 기록된 고문서를 필자가 직접 국역(國譯)한 자료이다.’

[이몽학(李夢鶴), 윤영현(尹英賢), 이시언(李時彦)(1)]
이몽학(李夢鶴)이라는 자는 백 년 전에 이씨왕조 종실의 서자에서 갈려 나온 계통으로, 신분이 낮아져 일반 백성의 호적에 편입된 지 오래 되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 사람됨이 지극히 용렬하고 대단히 보잘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홍산현(鴻山縣 : 충청도 홍주목(洪州牧)에 속해 있던 고을) 치소(治所)의 동남쪽에 살았는데, 건너편 쪽과 서로 가까운 곳이었다. 만력(萬曆) 병신년(1596년) 7월 초에 홍산현의 아전이 몰래 현감 윤영현(尹英賢)에게 고하기를
“동남쪽 마을에 뿔피리를 불며 군졸을 모으는 모습을 보이는 자가 있어, 감히 고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라고 하였다. 윤영현은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기고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았다. 밤 이경(二更)에 이몽학이 3천여 군마를 거느리고 관청으로 달려들었다. 윤영현은 막 옷을 벗고 누워 잠에 빠져들려던 참에, 깜짝 놀라 일어나 미처 달아나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붙잡혔다. 같이 반역을 하자고 을렀으나 죽기로 맹서하니 묶어서 말에 실었다. 군수물자를 모두 꺼내 군대의 대오를 이루어 밤에 임천군(林川郡)을 습격하였다. 임천군수 박진(朴晉)이 결박을 당하고, 또 반역을 하자고 협박을 당했으나, 죽기로 거절하였다. 그래서 말 위에 싣고 정산(定山)을 향하였다. 정산과 청양(靑陽) 두 고을의 수령이 낌새를 채고는 멀리 달아났다. 적병은 곧장 홍주(洪州)로 향했는데, 홍주목사 홍가신(洪可臣)이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키면서 병사(兵使) 신경행(辛景行)과 수사(水使) 최호(崔湖)에게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두 사람이 모두 와서 환난에 뛰어들었으나, 사태가 급하여 미처 군사를 모으지 못하여 성 밖의 촌민들을 모두 성으로 몰고 들어갔다. 성 안에는 병사가 고작 4,5백 명 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워하였다. 적은 성의 동쪽에서 세 진영으로 나누어, 동문 밖 촌가가 즐비한 곳에 진을 쳤다. 최 수사는 바람을 타고 불화살을 어지러이 쏘아 대니, 모든 마을에서 불이 나서 마치 천 명 만 명의 병사가 있는 것 같은 위세를 보였다. 성 위에서는 함성을 크게 질러 산악을 흔들어 대니 적들이 기세에 눌려 밤을 틈타 몰래 달아났다.
당시에 그 고을 사람 박명현(朴名賢)은 용감한 무사였다. 유배지에서 풀려나 돌아온 지 겨우 며칠 만에 변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성으로 들어왔다. 즉시 병사들을 거느리고 적을 추격하여, 청양과 대흥(大興) 두 현 사이에 있는 큰 냇가에 이르렀는데, 적의 세력은 궁색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적중에 정산 사람 김경창(金慶昌)이란 자가 있었는데, ‘이몽학을 참수하는 사람은 곧 동지(同知) 벼슬을 제수한다.’는 말을 듣고, 도성에서부터 와서 즉시 같은 무리인 부여(扶餘)의 아전 임억명(林億明)과 뒤에서 돕기로 약속을 하고, 크게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비밀로 할 말이 있다.”
라고 하고는 이몽학의 뒤로 재빨리 달려가 한 칼에 그의 머리를 베고는 그의 머리를 손에 들고 달아났다. 놀라고 소란스러운 가운데 그 머리를 다투는 자가 벌떼처럼 일어났다. 김경창의 날랜 행동에 힘입어 빠져나와 도성으로 올라가 공을 보고하니, 즉시 동지 벼슬을 제수하였으나, 대간의 논의 때문에 한 품계를 낮추어 첨지(僉知)가 되었다.(다음 호에서도 이몽학(李夢鶴), 윤영현(尹英賢), 이시언(李時彦)에 대해서 계속 살피기로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