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산불예방 면장에게 바란다
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산불예방 면장에게 바란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4 11: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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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산불예방 면장에게 바란다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처에 산불이 났다는데 피해는 없냐고. 얼른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산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면 소재지다. 가까운 곳인 만큼 재난 문자는 아니더라도 마을 방송을 통해 알려주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헬기 6대를 동원해 한 시간 만에 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동네는 작년에도, 그 이전 해에도 산불이 났던 곳이 아니었던가.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과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통계에 의하면 산불은 봄철에 압도적으로 많이 난다. 가장 큰 원인은 영농기를 맞아 쓰레기나 영농부산물을 태우다가 산으로 옮겨 붙는 것이다. 이는 의도적이진 않지만, 대부분 사람에 의한 실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관계 기관은 비상이 걸리고 대책회의를 한다. 그렇다면 그 내용이 주민에게 얼마나 전달되고 있을까. 동네를 다니다 보면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한다.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관계 기관의 의지와는 달리 소각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골에는 행정 내용을 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을마다 이장이 있다. 언젠가 민원을 건의할 일이 있어 주민에게 이장 댁이 어딘지 물은 적 있다. 황당하게도 이장은 세 개 마을을 지나 면 소재지가 있는 동네에 산다고 했다.

더군다나 30년 넘게 이장이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귀촌 한지 8년 동안 이장을 마을에서 본 것은 서너 번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당사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행정 기관에선 무사안일주의로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한술 더 떠 이웃 상촌 마을 이장은 면 소재지도 아닌 시내에 살고 있다고 하니, 이 문제는 우리 동네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산불감시원 선발에 문제가 많다. 선발 기준이 궁금해 진주시 산림과에 문의해 보았다. 진주에 6개월 이상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거주자로 면접과 체력검정으로 선별하되 소득 여부에 따라 감점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규칙은 형식일 뿐이다. 모든 읍면이 그렇진 않겠지만, 우리 면을 다년간 지켜본 결과 면접과 체력, 소득 등 조건을 만족해도 면접관들의 지인이 아니면 거의 탈락한다. 면접을 전문성도 없는 주민에게 맡기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선발된 사람들은 뽑아 준 지인의 불법행위는 눈감아 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감시가 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선발은 이권이 없는 타 지역 단체에 의뢰해야 한다.

감시원의 감시구역 배치도 문제다. 감시원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 배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 경우 감시원이 집에 있어도 GPS로는 근무지가 된다. 집안일을 하는지 감시활동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시골 특성상 옆집 앞집은 친인척이 대부분이라 소각행위에 눈 감을 수밖에 없다.

면의 행정을 총괄하는 사람은 면장이다. 우리 면은 진주의 읍면동에서 가장 가구 수와 인구가 적은 곳이다. 그만큼 소통이 쉬운 곳이다. 며칠 전 면사무소 정문 앞 미용실에서 주민 몇 분과 대화를 나눈 적 있다. 그들은 부임한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면장의 얼굴도 모른다고 한다. 우연일까, 필자 역시 새로 부임한 면장이 마을을 다니며 주민의 어려움이나 민원을 살피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면장은 누리집의 인사말을 통해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열린 행정을 구현하고 면민 본위 민원행정의 참모습을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면민 본위라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주민들의 어려움도 파악하고, 상급기관의 의지를 주민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석구석 잘 살펴봐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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