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디카시 광장-습관성 뻥튀기
수요 디카시 광장-습관성 뻥튀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5 17:1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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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서목/시인
습관성 뻥튀기

곱게 포장한 채 뻥튀겨 낸 얇은 말,
한두 번 아니다
한두 가지 아니다

한 번만 믿고 투표해 달라더니
허영뿐인 세상 당장이라도 바꿀 것 같더니

_서목

<해설> 이 세상 뻥과자는 다 모인 것 같습니다. 사진인데도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납니다. 뻥과자 안 먹어본 사람 있을까요? 이 과자의 유일한 단점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바닥이 날 때까지 손이 자꾸 간다는 사실입니다.

뻥과자는 쌀, 콩, 옥수수. 떡 등을 높은 온도에 놓고 튀겨내면 본래의 크기보다 두 세배 부푸는 오래된 우리네 간식이지요. 시인은 각종 뻥과자를 앞세워 거짓말을 잘하는 ‘정치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어느 때보다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유권자입니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개인의 약속이 아니라 공공의 약속입니다. 그런 만큼 꼭 지켜져야 하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지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서는 안 되지요. 오늘 시인의 언술처럼 습관성 뻥은 곤란합니다.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낸 임시 방편용 거짓 약속은 유권자의 분노만 불러올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매년 세계 거짓말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참가 자격은 제한 없지만, 정치가, 변호사, 외교관은 안 된다고 해요. 이들은 거짓말이 생활화된 사람들이라는 이유지요.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거짓을 말하는 것”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구분합니다. 천동설을 주장한 프토레마이오스는 거짓을 말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요. 그는 진짜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거짓을 말하는 것은 참 또는 진리와 관련이 있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윤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공익에는 관심이 없고 진실 여부보다는 권력만 탐하는 거짓말쟁이 정치꾼을 가려낼 줄 아는 유권자가 되어야지요. 뻥과자는 허기라도 메워주지만 뻥쟁이 정치꾼은 유권자의 가슴을 구멍 내는 퇴출 대상 일 순위입니다.

글_구수영/시인

서 목 시인
* 계간 ‘시와편견’ 디카시 추천 등단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회원
* 서울디카시아카데미 수료

구수영 시인
* 2018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출간
* 시집 ‘붉은 하늘’ 외 공저
* ‘제1회 한국자유문학상’, ‘시와편견 올해의 작품상’ 등 수상
* 시를사랑하는 사람들 전국모임, 한국디카시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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