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어머니, 나의 어머니!(2)
세상사는 이야기-어머니, 나의 어머니!(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0 14: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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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어머니, 나의 어머니!(2)

어머니는 열흘이나 보름에 집에 오시곤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사탕이나 붕어빵을 사서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기다리기 위해 비가 오나 눈보라가 치나 논길, 산길 시오리를 걸어서 한림정역에 몇 번 마중을 나간 적도 있었다. 어머니는 고단한 표정 없이 밝은 웃음으로 돈을 꺼내 놓으시고 아버지는 그 돈을 세시고, 나는 그런 이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아버지는 인자하게 받아 주셨다. 소풍 갈 때 소풍 가방을 싸 주시는 어머니, 일 년에 한 번씩 김해 수로왕릉이나 부산 금강공원에 봄나들이를 갈 때 부산하게 짐을 꾸리시는 어머니 등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나를 떼어 놓고 외출이나 볼일 보러 가거나 하면 크게 실망하곤 했다.

내 어린 시절의 겨울은 왜 그렇게 혹독했을까. 그런 겨울이면 어머니는 쌀뜨물로 숭늉을 끓였다. 어머니 얼굴은 언제나 시퍼렇게 얼어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문풍지 떨리는 소리, 가랑잎이 바람에 쓸려가는 소리, 초가 처마에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달빛이 쏴하게 마당에 쏟아지는 광경을 생각하면 으스스 소름이 돋아 한껏 이불 밑으로 파고들곤 했다. 그럴때면 잠결에도 느껴지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등을 토닥토닥 머리와 이마를 쓰담쓰담 나지막히 들리던 안쓰러운 말씀 한마다. ‘우째 이리 말랐노, 미안하다 내 새끼’

저녁에 잠이 들면 어머니는 늘 내 머리맡에 삶은 고구마 바구니를 놓아 주셨다. 내가 아침에 눈 뜨면 배고플까봐 귀한 음식이 있으면 어머니는 반드시 챙겨 두었다가 나에게 주었다. 당시 보릿고개 시절 어쩌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면 습관적으로 나에게 음식 그릇을 밀어놓으셨다.

자식 일곱을 낳아 성취시키며 살아온 모진 지난 97년, 저 순탄하지 않았던 세월의 가락처럼 어머니의 얼굴에는 삶의 굽이굽이들이 완연했다. 그 삶이 얼마나 힘겨운 전쟁이었는지, 그토록 서럽고 아팠던 어머니의 삶을 어떤 글로 표현해야 값하겠는가. 누구나 가슴 속에 숨은 그리움이 있고,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불효자가 서럽게 운다고 했던가? 그런데 난 아직 서럽게 울지 못했다.
어머니, 어머니! 불효막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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