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3)
세상사는 이야기-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1 13: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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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3)

단순히 좋은 말 들었으니 기분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단점도 없지 않지만 우리는 이런 숱한 장점을 지닌 민족이었다는 것을 확인해 보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그 장점의 대부분은 인간성이 곧고 바르고 좋다는 것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 인간 그 자체가 장점이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찬사를 받을 만한 민족이 아닌가.

일제의 왜곡과 그 이후로 겪은 급속한 현대화 과정에서 생긴 혼란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자화상이 그런 말들 속에 숨어 있다. 그런데 왜, 무엇을 위해 왜곡된 자화상만을 보려 하는 것인가. 남이 우리를 어떻게 봤냐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남들의 칭찬이 아니어도 우리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다른 것 다 생략하고 한글 하나만 보자. 한문을 쓰면서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 글자인 한글을 만들어 낸 민족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글의 우수성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완벽하고 다양한 표현 능력은 국어사전만 펼쳐 봐도 알 수 있다. 파랗다고 하는 표현을 보면 파랗다만 있는 게 아니다. 파랗다, 퍼렇다, 푸르께하다, 푸르데데하다, 푸르무레하다. 푸르스름하다, 푸르죽죽하다, 푸르퉁퉁하다....이렇게 찾다 보니 내 눈에는 스무 개가 들어왔다.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소리 글자이면서 세계의 공용어라는 영어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다양한 표현력은 단순히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양한 표현 속에서 정서와 느낌도 섬세하게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 창조로 이어짐을 뜻한다. 언어는 문화 창조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열등 콤플렉스에 빠져서 스스로의 장점을 키울 생각은 않고, 단점에만 짓눌려 있으면 희망은 없다. 하기야 우리가 그런 상태에 빠져 있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 열등 콤플렉스에 넋을 놓고 있는 틈을 타고 들어와 자기 나라의 문화와 경제를 심어놓고 이득을 보려는 외국 사람들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경제 전쟁을 넘어서 문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떤 문화가 주도권을 잡고 세계를 이끌어갈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은 세계적으로 평균화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보리개떡이라도 우리 것을 가지고 나가야 국제 무대에서 한 마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자만심에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열등 콤플렉스에 젖어 있는다는 것은 창과 방패를 버리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계속 자기 비하의 태도를 고집하겠는가. 아니면 우리의 장점을 살려서 문화 전쟁의 승자가 되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겠는가. 선택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대한민국,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과 K-문화 선진국이다. 자만심과 열등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존감(自尊感)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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