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의 힐링 칼럼-생명의 숨, 숲에 빠지다
서영의 힐링 칼럼-생명의 숨, 숲에 빠지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2 14: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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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시인
서영/시인-생명의 숨, 숲에 빠지다

‘나는 애인이 있다.
나의 애인은 ‘숲’이다.
그는 젊음과 사랑과 그리움의 사색을 나에게 준다.
10년 지기 그의 향기는 신선하고 달콤해 나는 매일 그의 품에 안겨있고 싶다.
그래서 이사를 왔다.
모든 것 다 버리고 그의 곁으로 왔다.
이제 남은 건 우리 둘만의 행복뿐이다.’

‘힐링 산책’이라는 말이 있다. 숲속을 걸으며 새소리와 물소리를 노래로 듣고, 숲이 뿜어내는 향기로 생명의 숨을 쉬며, 심장은 재생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햇살 좋은 날, 오전 10시 에서 오후 2시 사이에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내면의 보폭으로 걸어본다. 잠시만이라도 내 안의 고요함에 머무르며 나만의 서정과 창의성에 귀를 기울인다.

힐링 산책에서 빠질 수 없는 ‘향기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숲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기 물질이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이라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cide)가 합쳐진 말로, 결핵의 3대 특효약을 발견한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만(s.a.waksman)에 의해 숲속의 자연치유기능에 대한 오랜 연구의 결과로 발견한 인간의 생명연장의 선물이다.

20세기 초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폐결핵의 유일한 치료법이라 믿었던 피톤치드에는 테르펜(terpene)이라는 톡 쏘는 향기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피부에 흡수되면 피부를 자극해서 신체의 활성을 높이고 혈액을 잘 돌게 해서, 마음이 안정되며 우울증, 불안 해소, 식욕억제 및 촉진 등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피톤치드는 건전한 조직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으나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그것의 발육을 억제하기 위해 식물이 분비하는 보다 강력한 항균 물질로, 숲의 식물들은 이동하거나 외부 자극으로부터의 능동적인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휘발성 정유물질을 방출하는 것인데, 우리에게 주는 숲속 호흡의 긍정적 효과는 실로 크다.

피톤치드의 항균성은 병원균을 단시간에 죽이는 항생물질처럼 강력한 것도 아니고, 일종의 예방적 차원의 ‘억균 물질’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삼림욕의 경우에만 피부병, 천식, 폐결핵 등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웰빙(well-bing)문화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즐기는 여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례자나 여행자처럼
집착하지 않는 구도자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느끼며 호흡에 집중하며
편안하게 걷는 것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는 것”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향기 속으로 깊은 생명의 숨을 쉬며 천천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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