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3)
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4 11: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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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라오스에 다녀오다(3)

이국서 맞는 첫날 밤의 설렘 때문인지 싶다. 현지 시각 4시가 훨씬 지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었다. 잠이 모자라 눈이 떨어지질 않는다. 화장실서는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룸메이트인 e 시인은 벌써 일어나 샤워를 하는가 싶다. 스마트폰 시계를 확인하니 우리나라 시간은 8시 30분이다. 그런데 이곳 럭셔리 호텔에 시간은 6시 30분이다.

따가운 눈까풀을 비비며 발코니에 나와 브엔티엔 시내 관망을 즐긴다. 그런데 소매도 없는 러닝셔츠 차림인데 춥지 않다. 아침 일찍이라 공기도 오염되지 않아 선지 기분이 상쾌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두꺼운 내복을 입고 솜바지를 입고도 벌벌 떨었지 않은가. 우리가 묵은 럭셔리호텔은 별 다섯 개로 25층 건물이라고 들었다. 라오스에서는 제일 높은 건물인성싶다. 그런데 시내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 기껏 해 5, 6층 건물이 가물에 콩 나듯 띄엄띄엄 내려다보인다.

부지런히 6층 호텔 식당으로 향한다. 이곳도 역시 뷔페식이다. 몽골에 울란바토르와는 다르게 채소로 만든 밑반찬들이 많다. 후하고 불면 입바람에 날아갈 듯한 몽골서 먹던 안남미 쌀밥과 다르다. 쌀농사로 알려진 나라답게 밥알이 찰기가 자르르 흐른다. 다만 국이나 소스류에 첨가한 향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고기류는 불고기 형태라 먹을 만하다. 그런데 바다가 없는 내륙국인데 주꾸미처럼 보이는 해산물이 입맛을 돋운다.

겨우 몇 시간 지내려고 캐리어에서 풀어놓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챙기니 많다. 하룻밤을 지내더라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는다. 부지런히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첫 일정으로 왓 시사켓 관광이라며 가이드가 우1, 2호 차에 나눠 태우고 우리를 인솔한다.

럭셔리 호텔서 나오자마자 동화 속 궁전 같은 사원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불교 국가 수도답게 비엔티안에는 사원이 많다. 부처를 대하러 들어갈 때는 모자나 선글라스는 벗어야 하고 특히 여자는 맨살이 보이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스님들은 한쪽 어깨가 드러나고 무릎 아래 내려오는 붉은색 장삼을 걸쳤다. 까까머리 십 대 소년이 많고 양말을 신지 않은 슬리퍼 차림이다.

그런데 김찬희 가이드는 우스꽝스러운 수수께끼 같은 얘기를 꺼낸다. 서 있는 스님 옆으론 여자는 가까이 가면 안 된다. 는 거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이유를 설명한다. 스님도 인간이기 때문에 여자가 옆에 오면 성욕을 억제하기는 고통스럽다는 거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노팬티라며 장삼을 들춰보란다. 이 같은 얘기는 가이드의 우스갯소리가 아닌지 싶다. 내가 직접 장삼을 들치고 확인하지 못했으니 하는 말이다.

북한이나 중국을 보더라도 사회주의 국가들은 무신론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라오스 정부는 불교는 인정한다. 는 거다. 다른 종교는 포교 활동을 하다가 공안 당국에 적발되면 가차 없다고 한다. 주민에게 종교를 권유하다가 신고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거다. 이슬람이나 기독교던 포교하다 적발되면 추방하거나 현지 법으로 처벌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국가적 기념행사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행사인 관혼상제까지도 모두 불교식이다. 는 거다. 오랫동안 뿌리 깊이 박힌 부처를 믿지 못하게 한다면 공산주의 국가 역시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본 모양이다.

불교가 국교며 스님은 남자만의 특권이라 한다. 한 집안에 스님이 배출되면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는 거다. 불교 국가며 라오스의 수도답게 비엔티안에 사원이 무려 80개가 넘게 있었단다. 1827년 타이족에 점령돼 파괴되어 현재는 20여 개란다. 그중 유명한 곳은 경남 문인 40명이 제일 먼저 찾았던 왓 시사켓이다.

왓(Wat)이란 사찰을 말하고 시사켓은 이름이란다. 1819년에 시작해 1824년 지어진 비엔티안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수많은 불상이 대부분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 수가 자그마치 6840개라는데 다양한 모양과 제각각 크기다. 그런데 모든 문화재가 그대로 오픈된 것이 특이하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실수로 툭 건들기라도 하면 불상이 땅에 떨어져 훼손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 경우를 보면 문화재청이 있고 지자체에서 관리하며 문화재들을 보호하지 않던가. 그런데 나무로 만들어진 불상이 수백 년 된듯싶은데 벽 한쪽에 그냥 전시되어 있다. 만들어지고는 아직 칠했다거나 보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보급 문화재들이 수두룩하다. 세월의 흔적을 증명하듯 썩어 훼손 정도가 심각했으나 보수했던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불현듯 입장료를 받은 돈은 다 어디에 쓰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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