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낭만이 있는 사람
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낭만이 있는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8 13: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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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낭만이 있는 사람

우리네 삶을 보면 대부분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아웅다웅 다투며 산다. 왜 그럴까. 엉뚱하지만 낭만이 없어서다. 현대엔 그만큼 낭만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물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취미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낭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취미나 여가생활이라고 한다. 목표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면 그 행위를 멈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낭만이란 무엇일까. 가끔 낭만이란 제멋대로 즐기며 사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낭만을 가진 사람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누구에게나 인생을 돌아보면 낭만의 시기는 있다. 7080시절 젊음을 보낸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그땐 낭만이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어느새 낭만은 사치스러운 단어가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사전적 의미처럼 꼭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는 것만을 낭만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사색에 잠기는 그런 것만이 낭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손익을 따지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도 낭만이다. 그 길이 가시밭길이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멋이 없는 이 각박한 시절에 그런 낭만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문학 발전에 바치고 있다. 대단한 자산가도 아니고, 대단한 작품을 남긴 작가도 아니다. 명작을 남기기 위해인생을 투자한다는 말은 더욱 아니다. 오로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장을 펼쳐주는 역할에 인생을 바치고 있는 사람이다.

무슨 목적이나 무엇을 위해서 그럴까,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할 방법은 없다. 낭만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 외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재벌의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의 도덕적 의무가 있어 당연하다면, 그의 삶은 낭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그의 모든 행동이 완벽하지는 않다. 다소 자기과시의 말을 많이 한다는 단점은 있다. 그래서 가끔 주변의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낭만을 가진 사람이 가진 특별한 성질이 아닐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인생에서 그런 낭만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를 보면 문득 가수 김장훈이 떠오른다. 가수로서 음악적 재능은 특별해 보이진 않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가진 것이 많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기부를 위해 가수 활동을 하는 김장훈, 그는 기부라는 낭만을 가진 가수다.

왜 우리는 낭만을 가진 사람을 별난 사람으로 보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닐까. 살아가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진정한 삶의 여유를 찾아보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현대사회는 안타깝게도 모든 가치 기준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기 때문에 낭만을 사치로 볼 수밖에 없다.

낭만 있는 삶,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낭만이 있는 사람은 삭막한 무채색 현대사회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감성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머리로만 상상할 뿐이지 행동하지 못한다.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가 낭만을 사치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낭만이 있는 사람은 전혀 그런 여유를 갖춘 후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행동이 앞선다.

살다 보면 많은 고통이 우리 삶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경험에 대하여 모든 것을 부정하게 된다면 낭만이 없는 단순한 인생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고통의 경험이 있기에 행복한 일도 있고, 설레는 일도 있고, 기쁜 순간도 존재한다. 양날의 검 같은 인생 속에서 살고 있기에 낭만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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