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진주성-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24 14: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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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지난 3월20일은 24절기의 하나인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을 즈음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바쁘며, 바람이 많이 불어 꽃샘추위가 찾아 온다. 이런 연유로 춘분이 지났는데도 아침저녁으로 바람살이 제법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꽃샘’이라도 한다.

춘분은 말 그대로 봄의 시기를 일컫는다. 춘분 이후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우리 몸도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열리면서 활력을 되찾는 시기이다. 그래서 춘분은 시작과 풍요,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계절의 시작이며, 한 해의 시작이고, 또한 농사 준비의 시작이다. 춘분을 통과하는 봄은 모든 만물이 생명의 근원을 다시 얻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춘분이 지나도 높은 산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지만 가까운 산과 들에는 매화는 이미 지고 산수유를 시작으로 진달래꽃, 개나리꽃, 목련꽃 등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우리 지방에서도 창원 진해에서는 전국 최대의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시작됐고 십리벚꽃길로 유명한 하동 화개에서도 벚꽃축제가 지난 사흘간 화려하게 열렸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봄꽃축제의 소식에서 늘 그렇듯이 봄은 들뜬 마음으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하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지만 날씨가 봄 같지 않고 초겨울처럼 쌀랑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할까. 춘래불사춘은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시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에서 봄이 와도 진정 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으로 유래됐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고 수행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는 현재의 세상 즉 사바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봄의 피안'이라고 하면 봄에 그런 경지가 되도록 수행하는 시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연유로 불가에서는 봄이 되면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봄이 되면 지루했던 겨울을 벗어나는 희망의 기지개를 펴고 곳곳에서 봄을 반기는 봄꽃축제의 기대감에 들뜨게 된다. 하지만 봄날이 온 듯한데, 돌 밑에 숨어있는 삭풍이 불어 꽃봉오리를 세차게 흔들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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