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식재산제도
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식재산제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25 14: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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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식재산제도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다가 꽃봉오리와 파릇한 새싹을 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을 맞이하며 시간의 흐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또, 작년에 꽃이 피는 타이밍을 못 맞춰 가지 못했던 꽃구경 생각에, 올해는 타이밍을 잘 맞춰봐야지 하기도 한다. 시간, 시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식재산제도에서의 시간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이 이어진다. 인간의 인식은 시간을 축으로 한다는데, 지식재산제도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제도에 있어서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특허 출원 시기는 특허 등록 여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할 기술은 여러 국가에서 권리가 획득되어야 하는데 발명가는 각 국가마다 특허를 취득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시장성 테스트 없이 무조건 많은 국가에 특허를 신청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통 한 개국에 출원을 하고 이후 이를 확장하게 된다. 이 경우 첫번째 출원한 국가에서의 출원일(우선일이라고 한다)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타 국가에 출원되어야 타 국가에서의 출원일도 우선일에 출원된 것으로 취급된다. 우선일은 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새로운 것인지 등의 특허 판단 요건에 중요한 시점이 되므로 우선일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 내에 해외 출원을 해야 한다.

한편, 모든 생명에는 수명이 있듯이, 기술에도 수명이 있다. 특허법에 따른 기술의 보호도 무한정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어느 정도 시기까지 독점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어야 발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도 궁극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게 될까? 특허권의 경우에는 특허청에 권리 부여를 신청한 날인 출원일로부터 20년까지만 보호된다. 그렇다고 모든 특허가 실제로 20년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특허된 기술이 다른 기술로 대체되어 20년까지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특허권이 유지되려면 특허청에 매년 특허 유지료를 내야 하는데, 중도에 특허 유지료를 내지 않을 경우에는 권리가 20년까지 존속하지 않고 그 전에 소멸되는 경우도 많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 표시를 보호하는 상표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영구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데, 100년 이상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장수상표가 존재하는 것처럼 사용할수록 권리 보호가 더욱 필요해지는 상표는 10년마다 보호기간을 갱신할 경우 존속기간이 만료되지 않고 계속해서 보호될 수 있다.

저작권 분야는 보호기간에 있어 논란이 있었던 권리이다. 현재는 저작재산권의 경우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 보호되고 사망한 후 70년까지 보호되지만, 그 보호기간이 원래부터 그러하지는 않았다. 우리 저작권법상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후 30년에서 50년으로, 그리고 70년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대내외적인 사정의 반영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허제도와 관련해서 시간과 이익이 직결되는 분야는 특히 의약 분야로 알려져 있다. 신약이 초기 발견부터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평균적으로 약10~15년이 걸린다고 한다. 더구나 의약 발명의 경우 이를 판매하려면 행정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특허권이 발생하더라도 허가 등록에 필요한 기간 만큼 특허권자가 누릴 수 있는 독점의 기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해당 특허 발명을 실시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간에 대하여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제약업계에서의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기술에 있어서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경우가 있다. 살다보면 과거 사실을 과거 시점에서가 아닌 현시점에서 돌이켜 보며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는 성숙한 내가 과거를 나를 성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특허 요건 판단 중 특히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그러한 사후적 고찰을 하지 말라고 법원은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발명이 이미 탄생된 지금 시점에서는 알려진 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어 보여도, 해당 발명이 없었던 출원 시점에서 살피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시간이라는 변수는 언제나 중요하듯, 지식재산제도에 있어서도 시기· 기간의 문제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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