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그래도 살만한 세상
진주성-그래도 살만한 세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28 12: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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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그래도 살만한 세상

우리가 살아가면서 헤일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녕 마음을 털어놓고 믿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이익에 따라 인정도 사정도 없이 변화하는 세상살이이지만 그래도 아래와 같은 좋은 인연을 만난다면 정말 성공한 삶이 아닐까?

태양(太陽)은 수천만 년 뜨거운 불을 품어 내지만, 결코 조금도 식지 아니하고, 매화(梅花)는 북풍한설(北風寒雪) 매서운 추위를 견디어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를 함부로 뽐내지 아니하고, 향기를 쉽게 팔지 아니하며, 대(竹)나무는 1년 동안에 다 자라 속(心)을 다 비우지만, 결코 쉬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좋은 악기는 수백 년이 지나도 그 속에 더욱 아름다운 선율을 담을 수 있고, 양초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기 위해 고통(苦痛)을 감내(堪耐)하며 묵묵히 자기 몸을 태운다. 이렇듯, 사람에게도 누구나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히 아름다운 개성(個性)이 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변함없이 평생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 남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고 허물을 감싸주며 작은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고운 눈길로 이해해 주며 남의 말을 함부로 옮기지 않는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아니하고, 꿋꿋하고 슬기롭게 고통을 이겨내며 인간 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 가졌다고 뽐내지 아니하고, 가진 자에게 아부하지 아니하고, 없다고 비굴하지 아니하고 없는 사람을 업신여기지 아니하는 사람,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깊은 위로가 되며 기쁨이 되는 사람.

가진 게 부족해도 남을 도우려 하고 바쁜 가운데서도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맨 먼저 앞장서고, 칭찬받을 일엔 남에게 그 공을 돌리고 맨 뒤로 조용히 물러나 있는 사람, 불의와는 결코 타협하지 아니하고, 정의로운 일엔 앞장서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소신이 곧고 의로운 사람, 이렇게 아름다운 천성(天性)을 가진 사람은 좋은 향기가 나고 몸속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그리고 밝고 고운 빛이 난다.

우리의 주위에는 이러한 사람이 아직도 많기에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고 축복받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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