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두/경남도청 사무관/시인
#. 하지만 선조임금의 미움과 계파간 권력과의 불화와 모략에 의한 파직과 구속으로 백의종군,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며 오직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처절하게 살아온 장군도 40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란 쏜살같다더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세월의 흐름이 더욱 더 빠르다.
제철 만난 하루살이는 밤과 새벽을 모르고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르듯,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다. 인간은 참 지혜로운 존재인지 세상사가 복잡하여 늘 고민에 싸여 있으면서도 1년을 365일로 정해놓고 그 끝자락에서 좋지 않은 것은 잊고 늘 새로운 희망으로 새 출발을 꿈꾼다.
그래서 한해의 모든 괴로움을 잊자는 의미에서 망년(忘年)이라는 말도 쓰는 가 보다. 5월의 화사한 장미꽃이 피는 가 했더니 지는 것이 아니고 촛불처럼 온 몸을 태워 사라지는 것임을 삶의 언저리에서 발견할 때 첩첩산은 언제나 세월을 이고 있고 길거리엔 이젠 제법 황량한 바람만 불어온다. 아마도 세월과 바람이 주는 인생의 묘미일까?.
이 갓돌은 추락방지와 위험경고를 알리는 표지석(石)으로도 이용됐지만, 그 갓돌이 중학교 2학년인 내 목숨과 조카 목숨을 살릴 줄이야. 오지산골 시골농촌에서 태어났으나, 헤엄을 칠 줄 모르는 나와 조카가 동시에 물에 빠지게 되었는데, 나는 우연찮게 물속의 돌 위에서 간신히 입만 내놓고 숨만 쉬면 조카는 물속에서 내 다리를 잡아끌고, 나는 다시 물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서 둘 다 죽기직전인 그야말로 죽음 그 자체였다.
다행히 형이 인근에서 고기를 잡으려 물속에 자맥질해서 들어갔다가 물 밖으로 2~3분 후 나오는 순간, 형은 나와 조카가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둘 다 살려 줬기에 형은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서도 물속에 있는 떨어진 노란색 갓돌이 내 목숨을 구했지만,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것은, 그 갓돌이 하필이면 내가 빠진 그 강물, 그 넓고 깊은 강물 속에서도 그 자리에 있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나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고 정을 나누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그 갓돌이 모진 풍파와 세찬 물살을 견디고 있겠지만, 그래서 어려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생명을 구해준 그 갓돌처럼 참고 이겨내면 생명의 소중한 희망의 새벽이 열리리라 본다. 평소 어머니가 내게 말했던 말!, ‘모든게 인생의 끝이 아닌 시작이기를 소원하라’.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