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유해조수인가요
까치가 유해조수인가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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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욱/진주경찰서 수곡파출소 순찰팀장 경위

 
최근 매스컴에서 지리산의 반달가슴곰과 소백산의 토종여우 등 생태계 종복원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가 하면 까치를 유해조수로 선정해 놓고 박멸하기 위해 마리당 몇 천원씩의 보상으로 포획하고 있다는 내용을 심층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종복원은 무엇이며 까치를 포획해 박멸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눈앞의 일에만 구애되어 몇 년 앞의 일을 짐작하거나 헤쳐 나갈 지혜가 없는 근시안적 행동은 아닌지 걱정스런 생각이 든다.
까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뭘까.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인가, 아니면 사람에게 해만 끼치는 유해조수인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고 좋은 일이 생긴다하여 길조로 여겨 희작(喜鵲)이라 불렀고 해충 등을 잡아먹고 동물의 사체를 깨끗이 먹어치워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큰 몫을 하는 유익한 새로 우리민족과는 뗄 수 없는 신앙적 존재로까지 대우받던 친근한 새였다.

사실 알고 보면 까치는 보기에도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머리, 어깨, 가슴, 아랫배는 검은색을 띠고, 배와 어깨깃은 흰색 털이 나있는 등 흑백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그 모습은 우리 민족의 상징인 백의민족과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 ‘까치 까치 설날은…’이라는 동요 속에 등장해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게 해 주고 있다.

그런데 불과 30여년 만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길조에서 유해조수’로, ‘보호해야 할 새에서 포획해야하는 새’로 그 운명이 바뀌게 됐다. 요즘 잣대로만 평가한다면 유해조수로 전락해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까치가 이런 지경에까지 놓이게 된 것은 농부가 심어놓은 과일을 파먹고, 곡식을 못 쓰게 만들어 놓을 뿐만 아니라 전봇대에 집을 지어 합선을 일으키는 등 인간에게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유해조수로 분류해 포획하고 있다. 사실 근본적 원인은 환경을 파괴시킨 우리 인간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치가 무슨 죄가 있을까. 사람 가까이에서 살고 싶어 마을 주변에 터를 잡고 살기위해서 본능적으로 과일 등을 파먹는 지극히 자연스런 행동을 한 것뿐인데 유해조수로 취급해 포획하고 있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까치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사람이 까치의 영역을 침범해 환경을 파괴시키고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함으로 곤충이 서식할 수 없게 되는 등 까치가 살 수 있는 먹이사슬관계를 끊어버림으로써 그들이 생존본능 차원에서 돌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세상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임을 내세워 작은 날개짐승에 불과한 까치쯤이야 인간의 잣대에 따라 박멸해도 된다는 식의 지극히 인간중심주의적 특권의식을 발동시키고 있어 앞으로 생태계 파괴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어 두렵기만 하다.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복원하기 어렵고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까치를 유해조수로 분류하여 무자비하게 포획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다.

1970년대만 해도 토종여우와 늑대가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주 발견되어 희소가치마저 잃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고 반달가슴곰도 고산지대에서 많이 서식했었지만 그들을 업신여기고 인간의 필요에 따라 무분별하게 밀렵행위를 자행하여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까치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전기합선을 시켜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마리당 돈을 지불하면서 포획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없고 그동안 우리의 정서 속에 담겨 있는 길조로서의 이미지 등 어려운 역사 속에서 힘이 되어준 까치에 대한 보은의 길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까치를 유해조수로 분류하여 박멸하기보다는 개체 수 조정을 위한 최소한의 포획만 이루어져야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하고 체계적인 대책으로 까치를 포함한 야생짐승들이 우리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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