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우리 몸을 망치는 지독한 편식
채식은 우리 몸을 망치는 지독한 편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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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최근 식약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섭취한 고기의 양은 43.7㎏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40.3kg과 약간 차이를 보이지만, 이제 바야흐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도 40kg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건강을 지키려면 고기를 멀리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이라도 하듯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건강을 위해 고기는 먹지 않고 채식만 한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을 해야 건강에 좋다는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우리 몸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들로 구성된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근육은 물론이고 머리카락이나 손톱, 심지어 뼈도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우는데 필요한 항체나 보체, 그리고 우리를 울리거나 웃게 만드는 각종 호르몬들도 모두 단백질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충분한 아미노산이 공급되지 못하거나 만들어지지 않으면 원활하게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아미노산 중에는 인체가 스스로 만들 수 없는 10가지 필수아미노산이 있는데, 모든 식물성 식재료는 이 필수아미노산을 하나 이상씩 부족하게 함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완전 채식만 하면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영양학자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채식주의자들은 식물성 식재료도 잘 조합하면 부족한 필수아미노산들을 상쇄하여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비춰보면 거의 불가능하다.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필수아미노산 비율은 사람의 몸이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 비율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식물성 식품에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은 비교적 적고, 덜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은 다량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식물성 식재료를 조합해 추가로 단백질을 얻으려면 배가 터질 지경까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왜 사람은 밥이나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저급영양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다. 이로 인해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한국인들도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의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동물성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건강이 좋지 않다는 미국식 영양학에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기를 통해 섭취하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사실 자연식품인 고기 속에 있는 지방은 가공된 나쁜 지방에 비해 백배 우수한 양질의 지방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한국인에게 있어 고기는 기꺼이 찾아 먹어야 하는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건강을 위해 정말 피해야 하는 지방은 가공된 나쁜 지방이다. 식물성 지방을 경화시킬 때 발생하는 트랜스 지방 같은 것이 요주의 물질이다. 단지 고기가 식물성 식품에 비해 포화지방의 비율이 약간 높다는 이유로, 육류섭취량이 많지 않은 한국인의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의 원인을 육류 섭취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가공된 나쁜 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진짜 주범이다. 특히, 당분이 많은 탄수화물 식품, 그런 탄수화물로 만들어지는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의 과도한 섭취가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주변에는 채식이나 자연식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어떤 육류도 의도적으로 먹지 않는 채식은 지독한 편식이다. 그렇게 영양이 불균형한 식사는 건강에 좋은 웰빙식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건강한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서구 사람들처럼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또는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라면 다이어트나 치료의 목적으로 채식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먹는 것으로 건강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고기를 많이 먹지도 않는 한국인들이 저급한 영양의 과다섭취로 발생한 문제를 영양이 부족한 채식으로 만회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처럼 곡채식을 잘 하고 있는 나라가 그리 흔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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