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맡긴 내 아들
국가에 맡긴 내 아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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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자/양산시의원(민주당)

 
공휴일도 없이 매일의 바쁜 의정활동을 하는 탓에 이 더운 여름이면 정식 휴가를 통해 단 며칠이라도 마음 놓고 쉬고 싶은 데 의원이 어디 휴가가 제대로 있기나 한가.  3년을 지나면서 그런 날은 기억조차 없다. 이번 여름도 매한가지다. 의회 사무실 출근이 없으면 지역구 어딘가에서 민원 현장을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3년 여 함께하면서 동료의원들의 부지런함을 매번 보았다. 행사 참석을 잘하다가도 다른 일정으로 인해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그런 날은 꼭 누군가는 한소리를 하게 된다.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불참 이유를 설명하기보다는 죄송하다는 사과를 우선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큰아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지난 달 16일 입대했다. 아들과 추억쌓기를 위해 정례회를 끝내고는 홀가분하게 3박 4일간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출발일인 금요일 오전 근무를 하고, 월요일 하루를 결근했는데도 마음 한편이 살짝 불편한 걸 감수하고 큰마음 먹고 떠난 여행이라 알찬 일정을 위해 모두 애를 썼다.  몇년을 가족여행은 커녕 변변한 휴가 없이 지내면서 함께 한 여행이라 두 아들은 한껏 행복해했다.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다시 시작한 지역사회 활동이 정치 입문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고, 정당 활동을 시작하고, 민주당 비례대표로서 공천을 받아 이 자리에 있기까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해내야 할 일들에 묻혀서 엄마노릇 아내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빨래와 밥하기 등을 가르치고, 큰 틀에서의 집안 살림은 전체적으로 챙기되 사소한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가끔 하기 싫어서 도움을 요청 해오면 엄마로서 도와주면서 독립심을 키운 덕택에 공식일정으로 며칠씩 집을 비워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의정활동과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병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내 가족들에게는 조금 소홀해도 이해를 시킬 수 있지만 의정활동에 있어서는 작은 소홀함도 자칫 책임감 없는 의원으로 낙인찍히기도 하고 이미지에 큰 오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은 남해와 통영, 순천, 여수, 광주, 진주를 두루 다니며 그 지역의 주요 관광지와 소문난 맛집을 방문하고 펜션에서 숙박하며 아침과 저녁은 직접 해먹었다. 큰아들과 교대로 운전대를 잡았기에 그리 힘들지 않은 여정을 보내면서 많이 웃고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군입대 전의 추억쌓기를 아쉬움 없이 하게 되었다. 광주에서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너무 많은 비가 내려 많은 시간을 머물지 못하고 종종걸음을 했던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큰 아들은 광주의 민주화운동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기에 동생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가르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였고, 유영봉안소에서는 한분 한분의 사진과 이름을 보면서 그 때의 함성이 들리는 듯 눈시울을 적시는 두 아들의 모습에 광주 방문을 잘했다는 생각을 들게도 했다.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설 줄도 알고 또한 자신을 던질 줄도 아는 대한의 젊은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날에는 고향 의령을 방문해 부모님 산소에 들러 군입대 신고를 하고, 집안 어른께 인사 여쭙고는 여행을 마무리 했다. 집에 도착하자 두아들은 아쉬운 듯 형제끼리 외출을 했고,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고 형제의 정을 나눴다. 아마 동생의 가슴에는 형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39사단 훈련소에 아들을 데려다주고 잠시 얼굴을 마주할 때에 아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무척 애를 써다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결국은 이별의 아픔에 통곡을 하고 말았다. 다른 모든 어머니들이 울어도 난 의연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인가 보다. 아들의 소지품이 소포로 왔을 때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에 맡긴 내 아들의 안녕을 국가가 책임져 줄 것이라는 믿음이 찾아와 조금은 편안하다. 올해 여름은 이렇게 훈련병 아들과 같은 심정으로 더위를 이겨내며 민원현장에서 땀방울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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